결국 땅값 때문이었겠지만 지금까지 주로 경기도에 자리를 잡았던 이케아가 처음으로 서울에 매장을 냈다. 바로 강동구 고덕동이다. 지하철 고덕역에 내려서 조금 걸으면 만나볼 수 있는 이곳은 대중교통으로 가 볼 수 있는 이케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에 광명점을 갔을 때 주차 줄만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때는 광명점 밖에 없던 시기이긴 했지만 그래도 주차 스트레스를 피해 대중교통으로 가고 싶었던 사람들에게는 역시 서울점은 접근성이 상당히 좋다.
멀리 이케아 로고가 보인다.
아니?! 그런데 뭔가 조금 다르다. 이케아는 새파란 바탕에 노란색 폰트가 있는 것이 전통적인 로고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여기는 얼핏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파란색 바탕이 아니고 그냥 유리창 위에 이케아 간판을 달았다.
아마도 아이파크 아파트와 한 몸으로 합쳐지는 바람에 그럴 수밖에 없었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새파란 건물 위에 아파트가 있으면 배색이 어울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파트를 새파랗게 칠 할 수도 없고...
일단 들어가서 이케아의 명물인 핫도그를 주문했다. 저렇게 구성해서 1700원인데 다른 음식점에서는 도저히 만나 볼 수 없는 가격의 스낵이다. 몇백 원 더 내고 소시지를 두 개 넣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이케아의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다고 한다. 넓은 이케아를 돌고 쇼핑을 마치고 나면 피로와 배고픔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이때 달콤한 탄산음료와 핫도그 세트를 아주 싼 가격에 만나볼 수 있게 된다면 마치 훌륭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기분 좋게 쇼핑을 마무리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게 이케아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좋은 기억을 슬쩍 찔러 넣어두면서 기업 이미지 마케팅을 펼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헐값에 핫도그를 계속 팔고 있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여전한 이케아 특유의 디스플레이 방식. 가구와 소품들을 실생활 공간처럼 느껴지도록 배치해서 집에 들였을 때 어떤 느낌일지 추측해 볼 수 있게 해준다.
각종 소파들. 개인적으로 앉으면 무조건 자세가 흐트러지기 십상인 소파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안락하게 앉고 싶다면 리클라이너를 고르지 않을까 싶다.
이런 감성 참 좋다. 별거 아니지만 괜히 챙겨가고 싶은 몽당연필. 책상 위에 올려만 둬도 뭔가 소품 느낌이 날 것 같다. 저런 사소한 굿즈에서도 기업 이미지가 느껴진다.
이건 앉았을 때 허리를 충실하게 지지해 주는 느낌을 받았던 의자들이다. 기억해 두기 위해 사진을 찍어 뒀다.
이케아 점원들 유니폼도 꽤 패셔너블하다고 느꼈다. 바지에 주머니와 고리가 많은데 거기에 줄자나 장갑 같은 작업 도구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데 워크 웨어의 느낌이 물씬 났다.
나는 실용성 그리고 이유가 존재할 때 비로소 진정한 패션이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스톡홀름 조명 2017 '의 2025년 버전이다. 원래는 철제였던 갓이 패브릭 소재로 바뀌고 받침대도 원형의 철판에서 대리석 같은 느낌으로 바뀌었다. 무게감이 상당하다. 받침대는 기존보다 오히려 느낌이 좋은 것 같다.
참고로 2017 버전은 이렇게 생겼다. 다시 보니 시리즈 이름을 공유하기에는 디자인의 궤가 너무 다른 것 같기도 하다.
가구 회사인 만큼 식당 테이블과 의자로 자사의 제품으로 배치했다. 그중 의자가 유난히 낯익다 싶었더니 역시 이케아의 명작 중 하나인 '테오도레스'를 죽 깔아놨다. 얼핏 보기에는 별것 없는 플라스틱 의자처럼 보이지만 앉아보면 기본 기능에 아주 충실하고 생각보다 허리를 탄탄하게 받쳐줘서 놀라게 된다.
사람들이 앉아서 식사하다가 '아니? 이 의자 뭔데 이렇게 편하지?" 하며 의자를 사게 만들 심산인 것이다. 저렇게 테오도레스 대군을 배치했다는 건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 '야닝에'라는 의자도 참 좋아했었는데 지금은 테오도레스가 야닝에의 빈자리를 메꾸고 있는 듯하다.
참고로 '야닝에'는 이렇게 생겼다. 두 의자 모두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형태로 여러 개를 가지고 있어도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것이 매력.
이건 테오도레스 흰색.
도중에 있는 편집샵에서 키감이 좋은 키보드를 발견. 어떤 제품인지 봤는데 요즘 꽤 잘 나가는 '앱코'의 제품이다. 가격 대비 좋은 키보드를 요즘 많이 출시하는 것 같다.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을 듯.
언젠가부터 나타나 거품 가득한 국내 가구 시장에 경종을 울린 이케아. 그 덕에 국내 가구 브랜드들이 위기를 느끼고 가격을 내려 경쟁에 나서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타사에서 이케아 스타일을 모방하기도 하고 대체품들을 만들어내면서 이케아의 인기가 다소 주춤해졌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 이런 감성 마케팅은 못 따라가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