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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의 습격

by 아포드

"아~ 귀엽다 이거 사야지!"

쇼핑몰에 가보면 많은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로 귀여움을 꼽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사실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지 어떤지보다는 그 귀여움을 취하기 위해서 사는 경우도 많다. 이미 있지만 귀여워서 또 산 폰 케이스, 팬시 용품, 각종 굿즈들이 그것이다.


사실 십수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귀여움을 표방한 물건이 이렇게까지 많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동 용품이 아닌 이상 대개는 조금은 투박한 느낌이 나는 어른용 물품의 느낌이 있었다.


말투도 지금과는 달랐다. 시작과 끝의 경계가 흐릿한 요즘의 말투와 다르게 또박또박 의사 표현을 하고 말끝마다 마침표가 느껴지는 완숙한 경향이 좀 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귀여움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기가 되었다. 귀여움의 대명사인 반려동물들의 위상은 인간에 버금가게 되었고 이제는 누군가의 외모를 칭찬하려면 예쁘고 멋지다는 말보다는 귀엽다는 말이 최고의 극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조금 이상한 사회를 살고 있다.


본래 우리가 원초적인 귀여움을 느끼는 이유는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라는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확립한 개념에 있다고 한다. 이는 둥근 머리, 큰 눈, 작은 코와 입, 작은 턱을 지닌 즉 아기와 같은 느낌의 존재를 맞닥뜨렸을 때 인간은 도파민의 생성과 함께 좋은 기분을 느끼고 그것을 곁에 두고 보호하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작고 힘없는 존재들의 생존을 위한 핵심적인 전략이 되기도 했다. 베이비 스키마에 좀 더 근접할수록 강력한 보호를 받아 생존확률을 높일 수 있으니 말이다. 성묘가 되어도 여전히 동글동글한 외모에 아기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가 길거리에서도 집과 먹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귀여움이라는 것에 이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귀여움을 즐기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귀여운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나를 온통 귀여운 것들로 두르고 귀여운 태도를 취한다. 여기까지는 좋은 게 좋은 것 같기도 하지만 다소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귀여움이라는 개념 속에는 미숙함, 부족함, 하찮음 같은 성분 또한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현재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미적거리는 말투에 말끝을 흐리듯이 흐물흐물하게 대답을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리고 미숙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것을 답답함보다는 귀여움의 포인트로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개선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동안을 우월시 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동안이라는 것 자체가 베이비 스키마를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어려 보이고 귀여우면 더할 나위 없다.


우리는 귀여움에 너무 심취하고 동화되는 사이에 미숙하고 부족한 모습까지 미덕으로 삼는 무의식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귀여움이 존재하려면 그것을 귀여워해 줄 완숙한 존재가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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