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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도감 : 봉북리 따발총 1화

by 아포드

"드르륵"


교실문이 열리면서 베이지색 정장에 줄무늬 넥타이를 맨 한 남성이 들어선다. 그리고 교탁까지 뚜벅뚜벅 걸어가서는 출석부를 교탁에 올려놓고 말없이 뒤돌아선다.


"탁! 스윽!, 탁! 쓱! 쓱!"


분필을 흩날리며 커다랗게 세 글자를 적고 돌아선다. 커다랗고 각진 금테 안경의 렌즈가 형광등에 반사되어 빛난다. 그로 인해 눈빛을 읽을 수 없어 첫인상이 차갑다.


"뒤에 쓴 석자가 내 이름이다. 오늘부터 6학년 1반 담임을 맡게 됐다. 남은 1년 동안 열심히 하길 바란다."


그렇게 6학년의 1학기 개학 첫날이 시작되었다.


"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딴짓하는 놈들은 가만두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교실 한구석을 바라본다.


"너 거기 뒤에서 세 번째 앞으로 나와."


"이노무 시키가 어딜 첫날 조회시간부터 졸고 있어?"


지목당한 남학생이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너 혼 좀 나볼래? 어제 몇 시에 잤어? 선생님이 만만해?"


언성을 높여 묻는 선생님의 질문에 남학생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다.


"너 안 되겠다. 나한테 잘못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지금부터 시범을 단단히 보여줘야지."


"이리 와서 뒷짐 지고 똑바로 서."


남학생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뒷짐을 진채 주눅 들어 있다.


"자 배에 힘 꽉 줘라?"


그러더니 선생님은 남학생의 배를 겨냥한 주먹을 앞뒤로 흔들면서 흔들면서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


"자~ 간다! 하나~ 두울~ 셋!!"


남학생은 눈을 질끈 감았다. 선생님의 주먹은 남학생의 배를 강타할 듯이 날아들었고 교실의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그 후 몇 초가 지났을까. 남학생은 아무런 느낌이 없자 실눈을 뜨며 상황을 파악한다. 선생님의 주먹은 배에 닿기 직전에 멈춰있었다.


선생님은 자세를 풀고 흐트러진 옷깃을 바로잡으며 반 학생들을 향해 말했다.


"무협지 읽어본 사람은 알 거야. '경사기도권'이라고.. 겉보기에 외상은 없지만 60년 뒤에 내장이 썩어서 죽을 거야."


"와하하하하."


얼어붙었던 교실에서는 갑자기 웃음꽃이 피었다. 그렇게 한차례의 해프닝이 지나갈 무렵 교실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똑똑.", "드르륵."


한 여선생님이 문을 열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교실 안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내 옆에 데리고 온 남학생 하나를 손으로 밀어서 들여보내고 담임 선생님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한 후 문을 닫고 사라진다.


"아 참 첫날부터 우리 학교로 전학 오게 된 친구가 있다."


"저 멀리 봉북리라는 곳에서 여기 서울까지 온 친구니까 모르는 건 잘 도와주고 사이좋게 잘 지내기 바란다."


"자! 그런 의미로 전학 온 친구는 여기 교단 앞에 서서 인사 한마디 해."


뽀얀 피부에 똑똑하게 생긴 남학생은 어색한 걸음으로 교단 앞에 선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봉북리에서 온 최민재라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습니다!"


마치 손들고 발표를 하듯 어색하면서도 또박또박 자기소개를 마친 전학생은 마침 비어있던 나의 앞자리에 앉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의 첫 만남은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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