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색 좀사마귀 한 마리가 길가에 앉았다
지푸라기와 닮은 그들은 왠지 늘 나의 눈에
선하다.
행여 밟힐까 수풀 속으로 톡 떠민 손길에
고개를 돌려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힘겨운 걸음걸음 낙엽 더미로 향한다.
그리고 털썩 쓰러진다.
한평생 낙엽인 척 살아가던 좀사마귀는
마침내 정말로 낙엽이 된다.
떠난 것도 아직 여기 있는 것도 아닌
모호한 11월의 한복판의 나무가
초록에서 노랗고 빨간 등을 켜오면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떠나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 잿빛 등과 함께
잎사귀도 떠나려 한다
머무름 없는 애저녁에
아무도 지나지 않는 건널목
불 꺼진 신호등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