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ㅋㅋㅋㅋㅋ
건빵에 목이 메어 별사탕을 집어 먹어 본 경험이 있는가? 경험이라기보다는 아마 그게 정석이리라 생각한다.
별사탕은 비록 불량식품 같은 것이지만 팍팍하게 돌아가는 세상을 한입에 털어 넣은 듯 껄끄러운 입속에 떨어뜨리는 한 방울의 희소식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조금은 더 고급스러운 디저트인 '벨기에 펄 슈가 와플'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말 그대로 설탕을 진주알처럼 뭉쳐서 와플 군데군데 박아 넣어 씹을 때마다 보물 찾기에 당첨된듯한 달콤한 기쁨을 주겠다는 심산이 느껴진다.
안타깝게도 나는 별사탕이든 진주사탕이든 특유의 그 서걱서걱 부스러지는 식감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양하는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이고 세상의 다수는 평범하게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애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별사탕을 넣지 않으면 팍팍해지는 것이 또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글이다. 언젠가부터 목소리 보다 오히려 글자로 대화하는 일이 더 많아진 세상을 맞이한 사람들은 용건을 담은 글자만 빼곡하게 써 보내면 공문서 마냥 너무 목이 멘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목메임을 방지하기 위해 글 사이사이에 섞어 넣을 어떤 것을 발명했다. 이 'ㅋㅋㅋ'라는 이름의 별사탕을 말이다.
ㅋㅋㅋ는 무려 약 3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들의 글자 소통에 없으면 서운할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매품인 'ㅎㅎㅎ'와'ㄷㄷㄷ' 등도 있으니 취향과 상황에 맞춰 골라 쓰시면 되시겠다.
하지만 나는 저 유구한 역사를 가진 ㅋㅋㅋ를 사용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탄생하자마자 유행성 감기처럼 번져서 어떤 글에든 뒤에 붙이면 천박한 싸구려 문장이 되는 느낌에 그 존재를 미워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나만의 생각일 뿐이고 ㅋㅋㅋ는 점점 더 큰 사랑을 받으며 단순한 웃음소리 이외에도 용도를 넓혀가고 있었으니 바로 다음과 같다.
조금 시니컬한 느낌으로 피식하고 싶을 때는 'ㅋ'
문장의 심심함을 좀 덜어주고 싶을 때는 'ㅋㅋ'
답장은 해야겠는데 달리 할 말이 없을 때는 레퍼런스인 'ㅋㅋㅋ'
박장대소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면서 슬플 때는 'ㅋㅋㅋㅋ큐ㅠㅠㅠ'
그 밖에도 군데군데 향신료처럼 뿌려두면 대화의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도 겸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편리한 것을 여전히 사용하기를 거부했고 나의 글로 하는 대화들은 점점 더 대조를 이루며 건조하고 팍팍해져 가고 있었다. 말투가 특이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로봇 같아서 웃기다는 반응도 있었다.
같은 맥락으로 이모티콘 같은 것도 잘 사용하지 않다 보니 친구에게 보낼 문자를 적고 나면 스스로 보기에도 글이 좀 무거워 보이는 일도 종종 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저걸 안 쓰는 게 그렇게 고귀하고 지조 있고 멋있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당연하게도 내가 그걸 안 쓴다고 더 멋있고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나는 ㅋㅋㅋ에게 항복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 언젠가 그것을 처음 사용하던 날의 어색함이 떠오르지만 지금은 이런저런 이모티콘과 스티커도 잘 쓰고 있으니 쓸데없는 고집 하나를 버린 셈이다.
다만 불량식품이라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으니 배탈이 나지 않을 만큼씩만 사용하자.
나는 그저 나 자신이 특별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저것 말고도 다른 몇 가지가 추가로 떠오르는 것을 보니 달리 잘하는 것도 내세울 것 없다고 느껴지는 스스로가 못마땅해 어디서 주운 감투라도 씌워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별 볼 일 없는 고집을 고이 간직하고는 그 안에서 스스로가 완전무결하다고 우기고 싶었던 나날들을 위해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각자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기에 착각에 빠지기 쉬운 우리는 때때로 감투를 벗고 거울을 바라볼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만약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특별한 것 없이 평범하게 느껴졌다 해도 그리 실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어차피 비범하고 높은 탑도 결국 평범하고 평탄한 지반 위에 세울 수 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