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스트리 데칼코마니
나비의 양쪽 날개처럼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데칼코마니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나는 역설적인 생각에 빠질 때가 있다.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서로를 닮고 싶어 향연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한 쌍은 사실 서로가 가능
한 정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려 한 결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로 등지고 뻗어나간 행보가 빚어내는 뜻밖의 완벽한 일치..
내가 데칼코마니에 의미를 하나 부여해도 된다면 이걸로 해보겠다.
비슷한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았던 나는 한때 공통점이 보이는 누군가에게 유독 친밀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접점을 놓치고 싶지 않아 너와 나는 여기랑 저기 그리고 색깔이 비슷하니 함께 어우러지면 한결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서로 닮았다는 것은 그저 그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 서로 간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계를 지속하는 그 원천은 공통점보다는 둘의 화학작용으로 만들어내는 부산물에 있지 않을까 한다.
공통점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연탄 사이에 끼워 넣은 번개탄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번개탄이 타는 동안에는 마치 두 연탄이 뜨겁게 하나로 연결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수도 있지만 번개탄이라는 것은 금세 꺼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뒤에 우리는 똑같은 연탄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구멍의 개수나 위치가 서로 전혀 달라 서로 통할 수 없고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연탄과는 모양도 다르고 성분도 다른 집게가 구멍에 꼭 맞게 들어와 연탄을 들어 올리는 모습에서 진정한 의미의 한 쌍이라는 것은 바로 저 둘의 모습 같은 게 아닐까 하는 감상을 주기도 한다.
내 안의 리트머스를 빨갛게 물들이거나 파랗게 물들였던 것들도 나와 전혀 다른 성분을 만났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르고 있던 나의 색깔이 그들과 상반되는 순간 알기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막대와 막대가 만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막대와 화약이 만나면 성냥이라는 제3의 결과를 낳는 것처럼 우리는 관계에서 1+1=2의 답보다는 1+1=3의 답을 얻었을 때 좀 더 삶의 감흥을 느낀다.
대체 저렇게 다른 둘이 어떻게 만났을까 싶은 아버지와 어머니, 여자로 태어났지만 남자랑 대화가 더 잘 통하는 누군가, 날카로운 철은 부드러운 손잡이를 만나 칼이 되고, 멋 내려고 샀던 티셔츠는 잠옷으로 제격이듯이 우리는 지금과 다른 자신의 쓸모를 찾기 위해 전혀 다른 누군가를 만나 변성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정반대라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한걸음 떨어져 보면 멋지게 대칭을 이루고 있을지 모를 데칼코마니를 찾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