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4일, 대법원은 종중 회장의 선출을 종손에게 한정하는 규약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되며, 선량한 풍속 및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2024다274398)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종중의 대표 선출 방식과 자율성의 한계를 명확히 하며, 성별 및 신분에 따른 차별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사건 개요
甲 종중의 일부 종원들은 종중 규약 중 ‘종중 회장은 종손으로 한다.’는 조항이 종중 및 종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한다며 무효를 주장하고, 해당 조항을 근거로 회장으로 선출된 乙을 상대로 회장 지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원심에서는 종중의 자율성을 인정하며 해당 규약을 유효하다고 판단하였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해당 조항이 종중의 본질과 설립 목적에 반한다고 보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헌법과 법질서의 원칙 준수
우리 헌법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하며, 남녀차별 철폐 및 평등 원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종손을 기준으로 한 회장 선출 조항은 이러한 헌법적 가치에 반한다.
종중의 본질과 구성원의 평등한 권리 보장
종중은 공동선조를 둔 후손 모두를 구성원으로 하며, 종원 간의 친목과 제사 및 공동선조의 분묘 수호를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종중의 의사결정, 임원 선임, 목적 수행에 있어 종원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며, 특정 신분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종중의 자율성과 사법적 개입의 한계
종중은 자연발생적 종족집단으로서 자율성이 존중되지만, 구성원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입이 강제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내부 규율이 구성원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법원이 개입할 수 있다.
총회의 기능 무력화 문제
甲 종중 규약은 종중 회장의 선출을 총회의 결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나, 종손에게만 회장 자격을 부여함으로써 총회의 본래적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종중 운영의 민주적 절차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결론 및 의미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특정 신분을 기준으로 한 종중 회장 선출 규정이 무효임을 명확히 하였다. 이는 종중 내에서 신분과 성별에 따른 차별이 허용될 수 없으며, 종중의 자율성이 보장되더라도 구성원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법적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례로서 의미를 갖는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종중 관련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