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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습작 21화

[성경]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

by 기담

십자가를 지고 가는 길

1

로마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거리 곳곳을 물들이며, 로마 시민들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려는 듯 광장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거리에서 조금 벗어난 지하 감옥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있었다.

사슬에 묶인 채, 어두운 감방 안에서 기도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루키우스, 로마 귀족 출신의 젊은 장교였다. 그러나 그는 이제 죄수였다. 그가 붙잡힌 이유는 단 하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기 때문이었다.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그가 전날까지 사람들에게 가르쳤던 예수님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세상을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는 오직 주님을 믿었고, 주님을 따랐다. 그러나 그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했다.

2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제국의 군인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했고, 원로원에서 이름이 불릴 정도로 용맹한 장교였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 만난 한 사람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 사람은 바로 베드로였다.

예수님의 수제자였던 그는 로마에 와서 복음을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우연히 그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베드로의 목소리는 깊고 단호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쳐 예수님을 따르고 있었다. 루키우스는 처음에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서 이상한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제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루키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베드로를 찾아갔다. 그리고 조용히 물었다.

"정말 예수님이 살아 계십니까?"

베드로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분은 살아 계십니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그 순간, 루키우스는 깨달았다. 자신이 찾던 진리는 로마의 부와 권력이 아니라, 예수님 안에 있었다는 것을.

3

그러나 로마에서 기독교 신자로 사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네로 황제는 기독교인들을 위험한 반역자로 간주했고, 그들을 붙잡아 처형했다. 루키우스가 예수를 따르는 길을 선택한 순간, 그는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붙잡혔다. 동료 군인들이 그를 가차 없이 체포했고, 그는 지하 감옥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기뻤다.

왜냐하면 그는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4

감옥 문이 열리고, 로마 병사들이 들어왔다. 루키우스는 천천히 일어섰다. 병사들의 얼굴에는 연민이 서려 있었지만,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한 병사가 조용히 속삭였다.

"지금이라도 후회한다고 말하면 살 수 있다."

하지만 루키우스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와 복음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그가 한 마지막 말이었다.

그날 저녁, 그는 콜로세움에서 사자의 밥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 그를 지켜보던 사람들 중 몇몇이 깊은 감동을 받고, 몰래 베드로를 찾아갔다.

"우리가 예수님을 따르고 싶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신자들이 생겨났고, 복음은 끊이지 않고 퍼져 나갔다.

5

수십 년 후, 로마 제국은 결국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된다. 네로 황제는 사라졌고, 예수님의 가르침은 로마 곳곳에 뿌리내렸다.

한 노인이 깊은 기도를 올렸다.

"루키우스, 너는 진정 생명을 얻었구나."

그는 바로 베드로 다미아니였다.

그리고 그의 뒤에는 또 다른 믿음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를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복음은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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