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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습작 23화

[바이블]누룩의 속삭임

by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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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리사이들의 누룩

한낮의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는 어느 날, 벳사이다의 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장사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띤 목소리로 물건을 팔았고, 행인들은 시장 한쪽에 모여 웅성거렸다.

"들었는가? 예수가 오늘도 빵을 나누어 수천 명을 먹였다는군!"

"말도 안 돼. 저건 마술이야!"

바리사이파의 한 율법학자가 시장 한가운데 서서 외쳤다.

"여러분! 경계하십시오. 그자는 안식일조차 지키지 않으며, 하느님의 법을 어기는 자입니다. 그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은 모두 미혹된 자들이오!"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일었다. 예수의 기적을 목격한 자들은 그를 옹호했지만, 율법학자들은 조목조목 반박하며 군중을 현혹시켰다.

그때, 한 소년이 시장 구석에서 이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요나. 빵을 하나 들고 있었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그는 몇 주 전, 갈릴리에서 예수님의 기적을 목격했다. 배고픈 군중에게 빵을 나누어 주는 모습을 보았고, 그 따뜻한 손길과 눈빛이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했다. 하지만 바리사이들의 말도 틀린 것 같지 않았다.

‘정말 예수님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자라면…?’

요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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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헤로데의 누룩

한편, 헤로데 안티파스의 궁전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검은 눈동자의 남자가 잔을 기울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이스라엘을 통치하는 법을 아는가? 백성들은 단순하다. 빵과 서커스를 주면 된다!"

그는 헤로데의 측근으로, 늘 권력의 중심에서 술수를 부리는 자였다. 그 옆에는 한 장군이 앉아 예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예수라는 자가 문제요. 민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소. 백성들은 이미 그를 왕으로 여기고 있소."

헤로데는 피식 웃으며 와인을 한 모금 삼켰다.

"그 자는 미친 예언자에 불과해. 갈릴리 변방에서 몇 가지 기적을 행했다고 해서 내 자리를 넘볼 수 있겠나?"

그러나 그의 목소리엔 미묘한 불안이 섞여 있었다. 헤로데는 이미 오래전, 세례자 요한을 처형한 경험이 있었다. 요한의 외침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진실은 결코 감출 수 없습니다. 당신의 죄가 드러날 것입니다."

그는 한순간 몸을 떨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예수도 요한처럼 사라지게 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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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빵과 깨달음

제자들은 배 안에서 조용히 예수님의 말씀을 되새겼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처음에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가 빵이 부족해서 저렇게 말씀하시는 걸까?”

예수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그때 요나가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예수님, 누룩이 무엇인가요?"

예수님은 빵 한 조각을 집어 들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누룩은 빵을 부풀게 하지. 하지만 잘못된 누룩은 빵을 상하게도 한다. 바리사이들의 누룩은 위선과 교만이며, 헤로데의 누룩은 탐욕과 권력이지."

요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배 안에 있던 제자들의 마음속에서도 빛이 스며들었다. 그들은 깨달았다. 예수님이 경계하라고 한 것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세상의 거짓과 욕망에 물들지 말라는 것이었다.

배는 조용히 갈릴리 호수를 건너고 있었다. 멀리서 어둠을 뚫고 밝아오는 새벽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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