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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습작 24화

[성경]빛을 만난 날

by 기담

“빛을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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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사이다 마을은 고요했다. 노을이 지고 있었지만, 길거리에는 늘 그렇듯 바람만이 자유롭게 흩날렸다. 그곳엔 이름조차 잊혀진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빛을 보지 못한 채 자랐다. 세상은 늘 어둠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동정심을 느꼈지만, 누구도 그의 삶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에게 소문이 들려왔다. 예수라는 낯선 이가 마을을 방문한다고 했다. 그의 기적은 이미 소문을 타고 널리 퍼졌지만, 그에게는 그저 먼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그를 붙잡고 예수님께 데려가려 했다. 처음엔 거부했으나, 마을 사람들의 간절한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다. ‘혹시라도, 정말로… 빛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는 이끌려 벳사이다 마을의 가장자리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그는 처음으로 예수님과 마주했다. 그의 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무언가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는 순간, 예수님께서 그의 손을 잡아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다. 예수님은 자신의 두 눈 위에 침을 바르셨다. 낯선 감각에 그는 잠시 눈을 찡그렸으나, 예수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를 안심시켰다.

“무엇이 보이느냐?” 예수님이 물으셨다.

그는 눈을 찔끔 떠보았다. 처음엔 흐릿했다. 그러나 점차 사람들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놀라서 소리쳤다.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런데… 걸어 다니는 나무처럼 보입니다.”

이상했다. 희미한 실루엣만이 그의 눈앞에 드리웠다. 예수님은 잠시 그를 바라보시더니 다시 그의 눈 위에 손을 얹으셨다. 손길이 따뜻했다. 마치 빛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그의 눈이 열렸다.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처음으로 세상의 빛이 자신의 눈 안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놀라움에 말을 잃었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구나. 사람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고,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도 이제는 제대로 보였다.

예수님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 마을로는 들어가지 마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울컥 올라왔다. 그는 이제 어둠 속에서 벗어났다. 더 이상 눈먼 자가 아니었다. 그는 밝게 빛나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오늘은 그가 빛을 만난 날이었다. 그리고 그 빛은 그의 삶을 영원히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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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되찾은 남자는 그 이후로도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세상의 빛을 알게 된 그는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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