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기담 습작 20화

[성경]하늘 나라의 열쇠

by 기담

하늘 나라의 열쇠

1

카이사리아 필리피.

사막의 모래바람이 고요한 마을을 스치고 지나갔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한적한 길을 걸으며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때 예수님이 걸음을 멈추고 물으셨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제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어떤 이들은 스승님을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엘리야라고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예레미야나 예언자 가운데 한 분이라고도 합니다."

예수님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리고 다시 물으셨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순간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무도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때,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시몬 베드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순간, 예수님의 눈에 기쁨과 깊은 신뢰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베드로에게 말씀하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너에게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제자들은 놀라서 베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예수님은 더욱 깊은 말씀을 이어가셨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베드로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이 그의 영혼 깊숙이 스며들었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2

그날 이후, 베드로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무덤에 묻히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신 후, 베드로는 더 이상 평범한 어부가 아니었다. 그는 교회의 반석이 되었고, 수많은 영혼들을 구원의 길로 이끌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길은 아니었다.

박해는 거세졌고, 로마 황제 네로는 기독교인들을 잔인하게 탄압했다. 베드로는 동료들과 함께 숨어 지내며 교회를 지켰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예수님의 말씀이 살아 있었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것은 단순한 약속이 아니었다. 그것은 책임이었다.

3

어느 날 밤, 베드로는 깊은 기도에 잠겼다. 그가 무릎을 꿇고 있을 때, 한 소년이 조용히 다가왔다.

"베드로 선생님…"

소년은 두려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로마 병사들이 기독교인들을 잡아들이고 있어요. 선생님도 위험해요. 도망쳐야 해요!"

베드로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소년의 어깨를 감쌌다.

"두려워하지 마라, 아이야. 교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교회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우리의 믿음을 빼앗을 수 없다."

소년은 눈물을 글썽이며 베드로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베드로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우리는 끝까지 주님을 따를 것이다. 설령 죽음을 맞이한다 해도, 우리는 진정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4

얼마 후, 베드로는 결국 로마 병사들에게 붙잡혔다.

그는 원형 경기장으로 끌려가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한때 예수님과 함께 걸었던 갈릴래아의 하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주님은 여전히 함께 계셨다.

그의 앞에는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병사들이 그를 못박으려 하자, 베드로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내 주님처럼 십자가에 못박힐 자격이 없다. 나를 거꾸로 매달아 주시오."

그의 마지막 소망이었다.

병사들은 당황했지만, 결국 그의 뜻대로 십자가를 거꾸로 세웠다. 베드로는 고통 속에서도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주님, 저에게 맡기신 열쇠를 이제 돌려드립니다. 교회를 지켜 주소서."

그리고 그는 눈을 감았다.

5

그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의 믿음은 영원히 남았다.

그가 죽은 자리에는 후에 성 베드로 대성당이 세워졌고, 그의 신앙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그는 교회의 첫 번째 반석이었으며, 하늘 나라의 열쇠를 맡은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베드로.

그리고 그의 믿음은 지금도 살아 있다.

keyword
이전 19화[성경]자비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