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의 길
1
로마의 새벽은 잔잔한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시간, 한 남자가 돌바닥 위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닳고 닳은 십자가가 쥐어져 있었다.
"주님, 저에게 힘을 주소서."
그의 이름은 마르쿠스, 원래는 로마의 군인이었지만 이제는 기독교 신자가 되어 숨어 살고 있었다. 기독교에 대한 박해가 극심해지는 시대,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칼을 들 것인가, 자비를 택할 것인가.
그의 머릿속에는 늘 예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이 말씀을 들었을 때, 그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군인으로서 그는 명령에 따라 싸웠고, 원수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쓰러뜨려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예수님의 가르침은 완전히 달랐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2
그가 군대를 떠나 기독교 공동체에 몸을 의탁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는 박해받는 이들을 돕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시장에서 친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루키우스…"
그는 자신이 군인이었을 때, 함께 싸웠던 동료였다. 그러나 지금 루키우스는 로마 병사들의 지휘관이 되어 있었다.
"마르쿠스."
그들의 시선이 마주쳤다. 짧은 순간, 서로의 마음이 읽혔다.
루키우스는 명령을 받았다. 기독교인들을 색출하고 붙잡으라는 명령이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한때 친구였던 마르쿠스가 있었다.
"너를 체포해야 한다."
루키우스의 목소리는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르쿠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해야 할 일을 해라, 친구."
"너는 후회하지 않느냐? 너는 로마 군인이었고, 힘 있는 자였어. 그런데 지금은… 도망자처럼 살아가고 있잖아."
마르쿠스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도망자가 아니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네가 믿는 신이 너를 구해줄까?"
마르쿠스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네가 정말로 알고 싶다면, 너도 함께 걸어가 보지 않겠느냐?"
3
루키우스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알 수 있었다.
그의 앞에 있는 마르쿠스는 결코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비를 실천하면서도 강한 사람이었다.
그는 칼을 들지 않았지만, 두려움 없이 진리를 따랐다.
루키우스는 속삭였다.
"나는 아직 네가 이해되지 않는다."
"이해하려고 노력해 줘서 고맙다."
그리고 그 순간, 로마 병사들이 다가왔다.
"지휘관님, 명령대로 그를 체포하겠습니다."
루키우스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죄인이 아니다. 가라."
병사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를 풀어주라는 게 명령이다!"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마르쿠스는 조용히 루키우스를 바라보았다.
"너는 지금 자비를 베풀었다."
루키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너처럼 강한 믿음은 없다. 하지만… 네가 말한 길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
그날 이후, 루키우스는 마르쿠스와 함께 기독교 공동체에 들어갔다. 그 역시 자비의 길을 걷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4
세월이 흘러, 로마는 변하고 있었다. 기독교를 따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고, 황제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복음은 끊임없이 전해졌다.
마르쿠스와 루키우스는 함께 그 길을 걸어갔다.
자비를 실천하며, 용서하며, 그리고 사랑하며.
마르쿠스가 처음 들었던 말씀이 그의 삶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그리고 이제,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자비의 길은 계속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