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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습작 10화

[습작] 황금의 시대

by 기담

2085년, 한국은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고 있었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를 주도하던 강대국들이 서로를 향한 무역전쟁과 끝없는 갈등 속에서 몰락했고, 그 여파는 한반도에도 예외 없이 닥쳐왔다.

21세기 중반을 기점으로 지구는 자원의 고갈과 기후 변화로 인해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 붕괴 이후, 세계 각국은 필사적으로 생존을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거대한 불황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때 세계 경제의 중심이었던 금은 이제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 되었다. 정부는 종이화폐를 폐기하고 금 본위제 경제로 복귀했으며, 금을 가진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서울은 더 이상 과거의 화려한 수도가 아니었다. 거리는 폐허처럼 변했고, 부유층이 거주하는 황금지구와 빈민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구역으로 철저히 분리되었다. 정부는 금 보유량에 따라 계급을 나누었고, 금을 소유한 자들은 강력한 보호를 받았으며, 그렇지 않은 자들은 법의 테두리 밖으로 내몰렸다.

이런 세상 속에서, 주인공 강혁은 전직 금융인이었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해 금을 밀거래하는 무법자가 되었다. 그는 한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었던 엘리트였으나, 금 본위제 도입 후 가진 것이 없는 자로 전락했다. 혁은 매일 밤 어둠 속에서 거래를 이어가며, 거대한 정부 기관과 부패한 군벌들의 눈을 피해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전설처럼 떠도는 '금의 성전'에 대한 단서를 손에 넣는다. 금의 성전은 과거 한국 정부가 비밀리에 보관해둔 막대한 금괴의 저장소로, 이곳을 차지하는 자가 새로운 시대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혁은 이 정보를 입수한 순간, 목숨을 건 마지막 도박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을 알아챈 정부 특수부대 '황금의 사도'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그들은 금을 독점하고 절대적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가리지 않는 자들이었다. 혁은 도망치는 도중, 한때 그와 함께 금융계를 주름잡던 동료이자 이제는 황금지구의 지배자인 차윤성과 마주하게 된다.

윤성은 혁에게 손을 내밀며, 금의 성전을 차지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혁은 윤성이 만들어가려는 새로운 세상도 결국 또 다른 불평등을 낳을 것임을 직감한다. 그는 과거의 세상을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 자유였다.

마지막 결전의 밤, 혁과 그의 동료들은 성전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서 그들이 마주한 것은 금괴가 아닌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 담긴 메시지였다. 그것은 21세기 중반, 경제 붕괴 이전에 작성된 문서로, '황금이 아니라 지식과 신뢰만이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혁은 이 메시지를 이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권력을 잡기로 결심한다. 그는 금의 성전에서 발견한 신기술과 데이터베이스를 무기로 삼아,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통해 절대적인 권력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혁은 자신을 새로운 지도자로 선포하며, 기존의 부패한 정부와 황금지구의 지배자들을 몰락시킨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혁이 세운 새로운 질서는 점점 더 강력한 통제와 감시로 이어졌다. 모든 지식과 기술은 그의 승인 없이는 접근할 수 없었고, 사람들은 더 이상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할 수 없었다. 혁은 자신만이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었고, 이는 곧 지식 독재라는 새로운 형태의 억압으로 변질되었다.

혁명의 영웅으로 칭송받던 그는 이제 절대적인 권력을 손에 쥔 독재자로 변모했다. 그의 치하에서 금의 시대는 끝났지만, 새로운 시대 역시 또 다른 형태의 억압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인류는 과연 혁이 만들어낸 새로운 세계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그의 왕국에서는 모든 지식이 검열되고, 혁의 승인을 받아야만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었다. 혁에게 저항하는 자들은 '지식 반역자'로 낙인찍혀 사라졌고, 사람들은 점점 더 의심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혁의 지배 아래에서도 비밀리에 저항을 준비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금이 아닌 지식으로 지배하는 혁이 또 다른 독재자로 변모한 것에 분노한 사람들은 새로운 혁명을 꿈꾸기 시작했다. 혁의 치세가 지속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혁명이 그의 시대를 무너뜨릴 것인가? 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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