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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습작 11화

[습작] 황금 회원과 왕의 이야기

by 기담


1. 서막

아주 먼 옛날, 번영과 풍요로움이 끝없이 이어지는 두 개의 왕국이 있었다. 하나는 ‘코스톤 왕국’, 다른 하나는 ‘넷플리안 제국’이었다. 이들은 세상의 많은 왕국들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었으며, 백성들 또한 높은 충성도를 지닌 채 국왕들을 따랐다. 그러나 이 두 제국이 부를 이루게 된 방식은 조금 달랐다.


2. 코스톤 왕국의 방식

코스톤 왕국의 국왕 코스톤 12세는 왕국 내에서 ‘황금 회원제’를 운영하고 있었다. 백성들은 일정량의 황금을 헌납하면 왕국에서 제공하는 특급 상품을 누릴 수 있었고, 그 품질은 다른 왕국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었다. 코스톤 왕은 직접 시장에 나가 제조업자들에게 물품을 대량으로 구매한 후 자신의 문장을 새긴 ‘커클랜드 인장’을 붙여 백성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배포하였다. 이 방법을 통해 왕국은 세금과 수익을 거의 붙이지 않고도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왕국의 금고는 다른 왕국과 달리 백성들의 헌납금, 즉 ‘회원세’에서 나왔다. 충성도 높은 백성들은 코스톤 왕국의 품질과 명성을 신뢰했고, 이로 인해 왕국은 거대한 재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3. 넷플리안 제국의 지혜

한편, 넷플리안 제국의 황제 넷플리우스 7세는 지혜로운 자였다. 그는 ‘이야기와 지식’을 가장 큰 재산으로 여겼고, 황실에서 직접 작가와 예술가를 불러 왕국에서 가장 뛰어난 극과 서사시를 만들게 하였다. 넷플리안의 시민들은 매달 일정량의 은화를 헌납하면 황궁에서 제작한 극과 서사시를 볼 수 있었다.

황제 넷플리우스는 또한 외부의 작가나 예술가들이 중간 유통자를 거치지 않고 황실과 직접 계약하도록 하여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했다. 이런 전략은 넷플리안 제국의 문화적 우위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고, 인접한 왕국들조차 넷플리안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게 만들었다.


4. 위대한 번영과 경고의 목소리

이 두 왕국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 자리 잡았고, 다른 강대국들마저도 그들의 부를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일부 왕국의 현자들은 이러한 부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을 우려하였다.

한 노현자는 코스톤 왕국의 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폐하, 폐하의 왕국은 너무 빠르게 부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백성들이 회원세를 기꺼이 내고 있지만, 만약 그 세금이 너무 높아지면 백성들은 불만을 가질 것입니다.”

한편 넷플리안 제국의 황제에게도 충언이 전해졌다. “황제 폐하, 귀국의 이야기는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와 극이 쏟아지면 백성들은 점차 감동을 잃고 지루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군주는 자신들의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고, 노현자들의 경고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5. 미래의 선택

그러던 어느 날, 코스톤 왕국의 황금 회원제에 참여하던 일부 귀족들이 회원세가 너무 높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또한 넷플리안 제국의 극장을 찾던 백성들은 너무 많은 극과 이야기 속에서 점차 흥미를 잃어갔다.

이때 코스톤 왕과 넷플리안 황제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다. 회원세를 낮출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정책을 유지하며 백성들의 충성심이 흔들리기를 기다릴 것인가? 그리고 넷플리안은 새로운 방식으로 백성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처럼 기존의 서사 방식을 고수할 것인가?

이 결정을 내리는 순간이, 두 왕국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것이었다.

6. 시대의 흐름 속에서 두 왕국의 행보를 지켜보던 다른 왕국들은 긴장했다. 코스톤과 넷플리안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그들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먼 미래, 역사가들은 이 순간을 회고하며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그들은 시대를 주도했으나, 시대는 영원하지 않았다. 새로운 왕국이 탄생하듯, 옛 왕국도 변화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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