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
옛날 어느 마을에 아주 부유한 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보랏빛 실크 옷을 입고, 온갖 진귀한 보석을 몸에 두른 채 매일 호화로운 연회를 열었습니다. 그의 집은 커다란 대리석 기둥과 황금빛으로 장식된 문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많은 하인들이 그의 식탁을 준비하고 시중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저택의 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몸이 약하고 종기가 온몸에 퍼져 있었지만, 가진 것이라곤 해진 옷 한 벌과 간절한 소망뿐이었습니다.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라도 얻어먹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그를 돌아보지 않았고, 오직 길을 지나던 개들만이 그의 상처를 핥아주며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라자로는 굶주림과 병으로 인해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의 영혼은 천사들에 의해 따뜻하고 평화로운 곳으로 인도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아브라함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라자로를 반갑게 맞이하며 품에 안았습니다.
한편, 부자도 언젠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혼은 어두운 저승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는 그곳에서 끊임없는 고통과 목마름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던 중 멀리 아브라함 곁에 편안하게 쉬고 있는 라자로를 보았습니다. 그는 간절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제발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라자로를 보내 그의 손가락 끝에 물 한 방울을 묻혀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이곳은 너무 뜨겁고 괴롭습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얘야, 너는 살아생전 좋은 것들을 누렸고, 라자로는 많은 고난을 겪었다. 이제 그는 위로를 받고, 너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이에는 커다란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누구도 건너갈 수 없단다."
부자는 다시 애원했습니다.
"그러면 제발 라자로를 제 가족에게 보내 주십시오! 제 형제들에게 이곳의 참혹함을 알려 회개하게 하여 주십시오."
그러자 아브라함이 대답했습니다.
"그들에게는 이미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씀이 있다. 그들이 그 말씀을 듣지 않는다면, 비록 죽은 이가 살아 돌아간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부자는 절망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깊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부자가 잘못한 것은 단순히 부유했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풍요 속에서 주변의 가난한 이들을 외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부자의 집 앞에는 다시 누군가가 배고픈 이들을 위해 빵과 음식을 내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라자로처럼 굶주리는 사람이 없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