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것일까? <베리에이션 루트>는 이 질문을 던지며, 등산이라는 행위를 통해 삶과 일상의 의미를 탐색하는 소설이다. 작가 마쓰나가 K 산조는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겸업 작가로서, 우리가 매일 겪는 직장 내 갈등과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그리고 이를 산행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풀어내며 한층 더 깊이 있는 서사를 구축했다.
주인공 하타는 회사 내 인간관계를 위해 등산 동호회에 참여한다. 이 모임을 통해 그는 '베리에이션 루트'를 개척하는 메가를 만나게 된다.
베리에이션 루트란 기존의 등산로를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는 단순한 등산 기술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하타는 직장 내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메가의 산행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그 길을 따라 나선다.
회사는 경영난에 빠지고, 직원들은 경영진의 호출을 받으며 불안에 휩싸인다. 하타 역시 회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부담 속에 있지만, 등산을 통해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된다. 회사의 변화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메가를 보며, 그는 자신만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는 현실의 직장인들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며, 동시에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자연에 대한 생생한 묘사다. "바위 이끼 위로 흐르는 물에서 푸른 냄새가 풍겨오는 듯한" 등의 묘사가 구체적인 문장은 독자가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단순히 등산을 소재로 삼은 것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내면을 투영하는 방식이 탁월하다. 이러한 묘사는 독자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며, 마치 자신도 산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오모로이 순문학(재미있는 순문학)'을 지향하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을 만들어냈다. 소설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어렵지 않은 문장과 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독자들이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작가가 아쿠타가와상 시상식에서 '오모로이 순문학 운동'이라는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순문학이지만 어렵거나 멀게 느껴지지 않으며, 오히려 현실과 가까운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간다.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헤매고 고민하며 자기만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주인공 하타가 기존의 루트를 벗어나 메가를 따라 나서는 과정은, 결국 삶에서의 선택과 도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거대한 대자연이 아닌, 우리 일상의 뒷산에서 펼쳐지는 비일상의 이야기는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우리가 사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는,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