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신주의와 학벌지상주의가 빚어낸 대한민국 교육의 민낯을, 이토록 웃기고도 뼈아프게 그려낸 소설이 또 있을까.
책 <서울 엄마들>은 강남8학군, 그중에서도 '금묘아파트'라는 허구의 공간을 무대로 대한민국 교육의 과잉 경쟁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이다. 진지함보다는 블랙코미디에 가까운 문체, 과장된 설정 속에서도 문득문득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리얼리티가 가득하다.
왜곡된 교육열에 집착한 채 자신과 가족을 소모하는 세 엄마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오늘도 '금묘'를 향해 절을 올리는 현실 부모들의 초상을 본다.
책 속 세 주인공—서울대 출신 경력단절 여성인 선아, 억대 연봉 변호사 진아, 학벌세탁에 성공한 돼지맘 미아—는 각기 다른 배경을 지녔지만 목표는 같다. 바로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는 것'.
그 목표를 위해 이들은 밥벌이와 육아, 감정노동까지 혼자 떠맡고, 아이의 삶까지 통제하려 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이는 물론 엄마 자신도 점점 무너져간다. 아이를 위한다는 말은 실은 자기 욕망의 투사였고, 자녀의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 자신의 좌절을 걸고 있던 건 아닌지, 작가는 이 불편한 진실을 유쾌하고 통렬한 방식으로 짚어낸다.
가장 상징적인 존재는 아파트 입구의 황금 고양이상, '금묘'다. 숙종의 반려묘로 전해지는 금묘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영험한 수호신처럼 여겨지며, 자녀의 성적과 명문대 합격을 비는 신전의 우상이 된다.
사실 어쩌면 금묘는 학벌, 성공, 돈이라는 이름의 맹목적 숭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같은 방향만 보고 달려가는 '명문대'라는 전장 안에서, 엄마들은 맹모가 되고 아이는 '입시 병사'가 된다. 그리고 그 전장의 끝에는 성취보다 깊은 공허가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히 교육 현실을 풍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설의 말미에서 세 엄마는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한다. 그것은 아주 느리고 미약하지만, '진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향한 성찰의 첫걸음이다. 독자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응원하게 되고, 자신의 삶과 교육관을 되돌아보게 된다.
<서울 엄마들>은 단순히 '엄마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부모, 교육자, 그리고 아이들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자 따뜻한 위로다.
"정말 이 길밖에 없을까?"라는 물음을 품게 만드는 소설, 그래서 웃으며 읽다가도 어느 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소설. 학부모라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