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내정만으로는 근로계약 아냐"…법원, 노동위 '부당해고' 판정 취소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형순)는 2024년 10월 10일 A 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채용취소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2023구합75102)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가 내린 '부당해고 구제 인용' 재심판정은 취소됐다.
사건 개요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인 A사는 2022년 10월 관리총괄 이사 채용을 위한 공고를 낸 뒤 B씨를 포함한 지원자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A사 대표는 11월 3일 B씨와 유선 통화에서 “거의 최종”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출근 일정을 협의했다. 이에 따라 B씨는 자신이 채용된 것으로 인식하고 11월 8일 출근 예정이었다.
그러나 A사는 11월 7일 B씨에게 “입사를 보류하게 되었다”는 문자를 보냈고, 이에 B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초심에서는 기각됐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심에서 “채용 내정에 따라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보이며, 해고 사유와 서면통지 없이 입사를 보류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판단해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의 판단
그러나 법원은 A사와 B씨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의 발언이 ‘거의 최종’, ‘일단 선정’ 등 불확정적인 표현이었고 ▲급여, 업무 내용, 계약기간 등 근로계약의 본질적 사항에 대한 합의가 부족했으며 ▲회사 측에서 통상적으로 요구하는 입사 관련 서류 제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계약의 성립을 부정했다.
또한 재판부는 “채용 내정 상태에서 일정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이는 최종 근로계약 체결 전 단계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 대화는 근로계약의 청약이나 승낙으로 보기 어렵고, 결과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판결 의미
이번 판결은 ‘채용내정’과 ‘근로계약 체결’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한 사례로, 향후 유사 분쟁에서 채용 절차상 사용자의 발언이 법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구속력을 가지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