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다 여긴 모기에게 영혼을 털린 날
모기도 아프다
흙 묻은 치마를 말아 올리다 모기한테 피를 빼앗기고 만다
사그라드는 햇살을 등에 지고
백묵을 잡았던 그 손으로
터질 듯 붉디붉은 열매를 따면서 연신 치맛폭을 훑어낸다
폭넓은 치맛단 사이로
제 알을 위해 남의 살을 파고들어
쭈우욱 선홍색의 젊은 피를 빨아 당기는
시커먼 산모기는
얼시구나 미소를 띠며 헛손질하는 내게 냉소를 보내고 날아간다
잡히기만 해 봐라
어쭙잖은 아귀힘으로 툭 건드려보고는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데
웬걸~~ 더 날뛰고 있다
아서라 팔뚝에 앉아 내 어쭙잖은 손이 다가가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허우적거리는 모기 한 마리
붉은 피를 토해내며 한 철 젊음을 바친 모기는 그렇게 내 손 안에서 사그라져 갔다
모기에게 하얀 살갗을 내주며 피를 빨리고도
부끄럽지 않았던 늦여름 나의 양식은
풍성한 저녁을 함께 하는 식탁으로 옮겨진다
그래 나도 먹고살려는 몸짓이고
너도 그러한 걸 우리
나눠먹는다 그렇게 퉁치자
ㅡㅡㅡ하찮다 여긴 모기에게 영혼을 털린 처서날ㆍ그래도 그곳에 가는 이유는 있다ㆍ어린 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