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올라간다는 작은놈을
기차 태워서 보내고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만나자
밀짚모자 흔들어 주시던
그분을 만나러 간다
열다섯 해
열다섯 해 동안
환한 미소는 변하지 않았다
정갈한 대문 옆 활짝 핀 작약은
산뜻한 바람에 흔들리며 꿈을 꾸고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에게
약간의 떨림으로 흩날리는 향기는
몇 도의 언어로 속삭이고 있을까
열다섯 해 그대로 꽃이 된 당신을 그리며
그렇게 또 봄이 간다
그렇게 또 여름이 온다
툭툭 봄의 열매가 대지에 뒹굴고
아름답고 고요했던 떨림을 지나
다시 맞이하는 가을엔
노란 코스모스가 일렁이길 그려본다
ㅡ2014년 봄, 봉하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