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홍련암 오르는 길 종각에 매달려
하루의 청량함을 퍼트리고
아파하는 이의 슬픔을 받아주고
오르며 내리며 이유 없이 건드려도
땡그렁 웃고 만다
동해바다에 쌓인 푸르고 푸른
온 세상 사람들의 긴긴 사연을
한 곳에 모아
땡~~~ 그렁
뱉어낸다
오르는 이의 얼굴에 돋는 미소
내려가는 이의 얼굴에 피는 미소
오르고 내리고
엉겨 붙은 실타래처럼 꼬인 세상사도
두드려라 흔들어라
가슴을 내밀어 답답함을 풀어준다
너의 몸짓도
누군가에겐 화사한 꽃이 된다
나무인형이 그냥 조각은 아니니
바람에 흔들리고
파도에 씻기 우는
풍경,
너의 몸짓이 그냥 나무 조각만은 아니니
쇠종 끝에 매달려 세월을 함께 새겨
물결도 잔잔하다 바위도 너그럽다
푸른 바다의 깊이만큼
너의 심장에도 깊이는 있구나
오도 가도 못하게 붙들려
낙산사를 지키는 목어가 되었지만
파도소리에 묻혀 스러져가도
함께 한 세월의 깊이만큼
푸른 하늘을 물들이고 있다
영롱하다
너의 몸짓도
누군가에겐 아름다운 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