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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Oct 06. 2024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너도 꽃

너도 이미 꽃이다


 홍련암 가는 길목에

 너를 바라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바다가 아름답다고

 황홀한 박수만 보낼 뿐

 어느 누구도 관심 갖는 이 없었다

 너도 꽃인데

 너는 꽃이라 말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꽃이라 부른다

 기억하기 위해 가슴에 담는다

 찰칵 셔트를 누르는데

 지나는 이가 어머! 하고 소리친다

 

 무슨 꽃일까 궁금증 자아내게 한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너는 이미 꽃이다

 청초하고 투명한 순백의 봉오리를 터트려

 환한 미소로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가 응달진 모퉁이에 한 떨기 꽃으로 피었다


 이것도 꽃이야?

 그래 꽃이야, 하얀 부추꽃

 본 적 있니? 꼬마야

 아마 처음 볼 걸

 보고도 꽃인 줄 모를 걸

 알아주지 않아도 봐주지 않아도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선

 너도 이미 꽃이다


 다행이다

 지나는 길목에 밟히지 않아서

 돌담길 옆에 오롯이 웅크리고 섰어도

 다행이다

 이쁘다 이쁘다 환호하지 않아도

 마구 밟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게 더 고맙다

 멀리서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서 있어도

 너는 이미 눈부신 꽃이다

 살아 숨 쉬는 꽃이다

 

 가을이다, 그래서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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