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련암 가는 길목에
너를 바라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바다가 아름답다고
황홀한 박수만 보낼 뿐
어느 누구도 관심 갖는 이 없었다
너도 꽃인데
너는 꽃이라 말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꽃이라 부른다
기억하기 위해 가슴에 담는다
찰칵 셔트를 누르는데
지나는 이가 어머! 하고 소리친다
무슨 꽃일까 궁금증 자아내게 한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너는 이미 꽃이다
청초하고 투명한 순백의 봉오리를 터트려
환한 미소로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가 응달진 모퉁이에 한 떨기 꽃으로 피었다
이것도 꽃이야?
그래 꽃이야, 하얀 부추꽃
본 적 있니? 꼬마야
아마 처음 볼 걸
보고도 꽃인 줄 모를 걸
알아주지 않아도 봐주지 않아도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선
너도 이미 꽃이다
다행이다
지나는 길목에 밟히지 않아서
돌담길 옆에 오롯이 웅크리고 섰어도
다행이다
이쁘다 이쁘다 환호하지 않아도
마구 밟히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게 더 고맙다
멀리서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서 있어도
너는 이미 눈부신 꽃이다
살아 숨 쉬는 꽃이다
가을이다, 그래서 더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