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돌담에 고개 내민 구절초는
이루고 싶은 간절함이 층층이 배인
스님 지나는 길목 안의 초연으로 피어난다
어느 해 가을인가
이슬 맺힌 꽃잎 위에 희망을 떨구고
가을 인사를 건네고 왔다
3대 관음성지로 불리는
천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동해바다를 굽어보는 곳에
겹겹이 올려다 놓은 수많은 사연들
꿈이 이루어지는 길로
수많은 꿈들이 피어난다
부디 이루어지길
원통문 지나 바다를 향해 가는 길에
한줄기 빛을 머금고
선물처럼 지키고 서 있다
이제야 알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떨리는 심장을
돌탑 아래 고요히 받쳐 이고 있었는지
꽃들은 앞다퉈 손을 내민다
아파하는 가슴을 녹이기 위해
향기로 가을을 부르고
빈 허공을 채운다
누구의 소원이 하늘에 닿을까
금 간 틈새로
꽃잎 하나 동해를 바라보며
절하고 있다
백팔배를 한다
상처 주지 않으려고 갈망한다
어떤 길을 가든
네가 원하는 길을 가라고
너의 이름을 새기며
그저 살아 있는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동해바다를 품은 낙산사에서
구절초 하얀 꽃은
무너지지 않는 혼으로
가을로 가는 길목 돌틈에
수많은 이의 간절함을 품고 앉았다
그리하여 꽃은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