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텅 빈 하늘에
구름도 없는 이 넓은 우주의
빛바랜 허공만 맴돌다
여기 길가에 여린 모습으로 피어난
한 줄기 가녀린 꽃
흔들리며 숨 쉬고 있다
세상에 필요한 건 단 한 사람의 손길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야
새벽이 예쁜 건 아니므로
한줄기 가녀린 꽃잎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를 머금고도
아픔을 감내하며 온종일
펄럭이며 기다리고 섰다
너의 옆에 살짝 기대 본다
나는 곧 떠날 것이고
켜켜이 묵은 시간이 앉아
너는 이 가을을 환히 빛낼 것이지만
나는 지금 너를 보러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너의 가치는 충분하다
언젠가 스러져갈 꽃이지만
피어 있기에 감탄하고
피지 않아도 스러져갈 꽃이지만
피고 있는 너를 온몸 다해 반긴다
변함없다
하늘은 이미 푸르름으로 덮여
온 세계를 감싸고
나의 세포는 너를 위해 존재하는 듯
이대로 두고 떠나기엔 마음 아프다
잠깐만 있다 갈게
네 안으로 겨우 스며들어 채워본다
얼마든지 보려면 볼 수 있지
그러나 지금은 너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차를 세웠지
빨리 타고 가야 하는데
의식의 심연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
살짝 부는 바람에도 아쉬움을 토한다
바람 부는 길가 가장자리에
아무도 바라보는 이 없어도
붉은 모습 간직한
너의 모습 그대로 서 있다면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또 찾아오지 않을까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건
어떻게든 살아 있는 나의 꽃이
한 줄기 강한 빛이었음을 안다
이 길 어디에선가
그 꽃으로 하여금 나의 인생도
붉게 흘러가고 있음을
네 발 달린 바퀴를 타고
유유히 꽃길 따라 실려가고 있음을
그것이 인생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