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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Oct 12. 2024

가을 코스모스 옆에서

너에게 인생을 배운다


 바람이 분다 텅 빈 하늘에

 구름도 없는 이 넓은 우주의

 빛바랜 허공만 맴돌다

 여기 길가에 여린 모습으로 피어난

 한 줄기 가녀린 꽃

 흔들리며 숨 쉬고 있다


 세상에 필요한 건 단 한 사람의 손길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야

 새벽이 예쁜 건 아니므로

 한줄기 가녀린 꽃잎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를 머금고도

 아픔을 감내하며 온종일

 펄럭이며 기다리고 섰다


 너의 옆에 살짝 기대 본다

 나는 곧 떠날 것이고

 켜켜이 묵은 시간이 앉아

 너는 이 가을을 환히 빛낼 것이지만

 나는 지금 너를 보러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너의 가치는 충분하다

 언젠가 스러져갈 꽃이지만

 피어 있기에 감탄하고

 피지 않아도 스러져갈 꽃이지만

 피고 있는 너를 온몸 다해 반긴다


 변함없다

 하늘은 이미 푸르름으로 덮여

 온 세계를 감싸고

 나의 세포는 너를 위해 존재하는 듯

 이대로 두고 떠나기엔 마음 아프다

 잠깐만 있다 갈게

 네 안으로 겨우 스며들어 채워본다

 

 얼마든지 보려면 볼 수 있지

 그러나 지금은 너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차를 세웠지

 빨리 타고 가야 하는데

 의식의 심연은 아직 길들여지지 않아

 살짝 부는 바람에도 아쉬움을 토한다

 바람 부는 길가 가장자리에

 아무도 바라보는 이 없어도

 붉은 모습 간직한

 너의 모습 그대로 서 있다면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또 찾아오지 않을까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건

 어떻게든 살아 있는 나의 꽃이

 한 줄기 강한 빛이었음을 안다

 이 길 어디에선가

 그 꽃으로 하여금 나의 인생도

 붉게 흘러가고 있음을

 네 발 달린 바퀴를 타고

 유유히 꽃길 따라 실려가고 있음을

 그것이 인생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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