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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Oct 16. 2024

어느새 열다섯 해 봄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일찍 올라간다는 작은놈을

 기차 태워서 보내고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만나자

 밀짚모자 흔들어 주시던

 그분을 만나러 간다

 열다섯 해

 열다섯 해 동안

 환한 미소는 변하지 않았다


 정갈한 대문 옆 활짝 핀 작약은

 산뜻한 바람에 흔들리며 꿈을 꾸고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에게

 약간의 떨림으로 흩날리는 향기는

 몇 도의 언어로 속삭이고 있을까

 열다섯 해 그대로 꽃이 된 당신을 그리며

 그렇게 또 봄이 간다


 그렇게 또 여름이 온다

 툭툭 봄의 열매가 대지에 뒹굴고

 아름답고 고요했던 떨림을 지나

 다시 맞이하는 가을엔

 노란 코스모스가 일렁이길 그려본다



ㅡ2014년 봄, 봉하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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