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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Oct 16. 2024

한강 ㆍ내 일 낼 줄 알았다

노벨문학상 축하에 부치며


 글을 쓴다면

 만약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면

 한강 작가처럼은 아니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쉽게 풀어도 될 것을

 굳이 왜 이리 쥐어짜 냈을까

 그의 소설은

 저 깊숙한 응어리를

 저 가슴 밑바닥에 붙어 있는

 응어리를 푸욱~~~ 퍼 내는 느낌이었다


 눈물로도 해석이 안 되고

 아픔으로도 해석이 안 되는

 제주 4ㆍ3 사건

 광주 5ㆍ18 사건

 세월호 사건

 묵직하게 응어리져 있는 덩어리를

 끌어내기에

 그의 이야기는 단전호흡으로도

 감당하긴 힘들다

 한 글자 한 글자

 정독하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실타래

 그래도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

 결국 읽어내고 말았

 그의 작품은 그렇게 내게 한이 되었다


 2024 노벨문학상,

 아시아 최초의 여성 작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기적의 한강이라고 도배를 했다

 내 일 낼 줄 알았다 언젠가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이렇게 일찍 올 줄 몰랐다는)

 분명 가슴 벅찬 일이다

 가슴 밑바닥에 차 있던 

 묵직한 환희의 덩어리가

 강철 두레박에 건져져 올라온다

 조심스레 줄을 당긴다

 그녀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제 다시

 바람이 분다,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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