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집

지금은 아프다

by 어린왕자

포클레인이 마당 한가운데 놓였다

하늘을 이고 선

깨진 장독대 하나에서 간장이 흘러내린다

오래 묵은 세월이

엄마의 오랜 살갗이 터져

곪은 상처 사이로 흘러내린다

포클레인에 찍혀

곱은 손가락 사이로 피멍이 들어도

손곱은 아픔보다

피멍 든 손가락 사이로

오래 묵은 엄마의 상처가 빠져나온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엄마는 다행이라 여긴다

누군가는 건드려야 터진다고

상처는 곪아 터져야 낫는다고

하늘을 이고 선 포클레인이

하늘에 있는 엄마의 말을 들었다

한 발짝 앞으로 나가

상처 난 장독대를 건드린다

툭툭

쨍그랑

엄마의 장독대가 남김없이

마당 한가운데로 모인다

곤고한 삶의 터전이었던 엄마의 집이

무너졌다

이제 엄마의 집은 없다

지난했던 과거도 이젠 없다


그것이 누구를 위한 삶인지 묻고 싶다

그 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들어서고

더 새로운 것들이

엄마의 집을 곤고히 만들고 있다

나는 그럼에도 아프다

엄마의 집이 무너진 것이 아프고

그래서 엄마의 삶이 뭉개진 것 같아 아프고

엄마 없는 하늘 아래

하늘을 이고 선 포클레인이 원망스럽다

내게 무엇을 주든

새로운 것을 주든

옛 것의 그리움을 주든

지금은 아프다


아픔이 과거로라도 내게 남아 있기를

그 아픔들이 새로운 것들에 덧입혀

영영 사라져 버리지 말기를

마당에 선 포클레인에게 나는 말을 건다



#카페탱자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