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동면에 들 시간

새해 건강을 바라며

by 어린왕자

한여름을 지나 가을을 건너

한겨울을 에두르고 있다

천변을 따라 가을길을 따라온

다람쥐 한 마리 자취를 감추고

밤톨도 도토리도 제 갈 길 갔다

절간 어느 모퉁이에 걸터앉은

색 고운 가을은 아직 화사하게 빛나건만

털무더기 옷을 입고 바위를 등진 고양이가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을 쬔다

게슴츠레한 눈을 뜨고 고개를 떨구며

하품 한 번으로 긴 겨울을 보듬어

돌담 아래 조용히 쪼그려 앉았다

이제 보살님도 동면에 들 시간

중생의 기도를 듣기 위해

멀찌감치 귀를 열고 앉으셨다

합장하며 모은 중생의 두 손은

한 해 동안 그들의 건강을 빈다

한겨울을 지나

꽃피는 봄날 다시 찾아

떨린 손 잡아주며

힘겹게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알 때쯤

단풍 드는 가을을 맞이하고

그리하여 또다시

새로운 하얀 겨울을 준비할 것이다

#통도사

#통도사자장암

#통도사금와보살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