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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Dec 18. 2024

겨울 산사에 꽃이 피다

메주꽃


ㅡㅡㅡㅡㅡ 메주꽃


햇살 드는 산사에 살포시

가 앉은 가을

문득 가던 길 멈추어

줄 지어 앉은 메주에 시선이 머문다

화려한 국화의 세상에서

화려함 같은 건 아니어도 된다고

뒤꼍에서 조용히

세상의 인내를 견디고 섰다


이름대로 살다가

이름대로 생을 마감할

세상을 향한 꽃이 된다


국화 향기보다

장미 향기보다

더 아름답고 구수한

혼신으로 피워낸

절제된 미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남을 위해 진심으로 살고 있다


바람이 짧아 초조하다
이리 오래 멈출 줄 알았다면
큰 나뭇가지 하나 얹어 둘 걸
바람이 오래오래 머물다 가라고
떨어진 잎들을 밟지 말 걸
바람에 날리다
행여 시선 머문 곳에 닿게 되면
최후의 순간까지
제대로 찬란한 별이 되라고  

ㅡㅡ어린왕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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