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내게로 왔다
다섯 손가락 활짝 펴고
붉은 마음 고스란히 담겨
내게로 왔다
직접 수를 놓은 튤립 책갈피와 함께
나는 봄의 꽃을 받아 들고
가을을 노래한다
단풍의 붉음보다 더 강렬한
담백한 마음이 담겼다
윤동주는 노래했다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고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고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섭과 파란 물감이 든다고 ㅡ<소년. 윤동주>
내게 온 가을은 그렇게 파란 물감이 든
파란 하늘이 웃고 있는 날이었다
2층 창문으로 비쳐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봄처럼 따뜻하다
ㅡㅡ아직 가을은 여기저기 남아 있다. 뒹구는 낙엽에도 발간 가을이 서렸고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에도 은빛 가을이 묻어 있다. 찬 공기가 단풍잎을 에워싸고 저녁 어스름에 겨울 달빛이 그물에 걸려도 아직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가을이 여기 남았다고 손을 흔들어 준다.
다섯 손가락에 엷은 가을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