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명례성당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안길 44-3 명례성지로 가는 길엔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벼이삭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탁 트인 논길을 달리다 보면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올 정도다.
지난해 무더위에 한 번 다녀간 후로 밀양을 방문할 때마다 들르고 싶은 곳이다. 8월의 백일홍은 예뻤고 밀양강을 보며 잠시 쉬다 색다른 승효상 건축의 예배당을 볼 수 있어 좋았던 기억이다.
올해는 가을바람과 함께 경건한 마음으로 이 길을 걸었다.
'가을바람 불어오는 들판에 노랑노랑 익어가는 벼이삭들, 황금빛 물들이는 가을들판에 노랗게 벼들이 익어갑니다.'
2006년 복자의 생가 터가 발견되면서 그의 순교를 기리고자 2018년 5월에 마르코 성당이 봉헌되었다.
초기 성당의 모습은 아니지만 최근에 승효상 씨의 작품으로 지어져 색다른 묘미를 선사받을 수도 있다.
예배당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마음속으로 기도해 본다. 모두 건강하시길ㆍㆍㆍ
명례성지는 1896년 설립된 경남 지역 최초의 천주교회 본당이다. 1928년 권영조 신부가 기와지붕에 새 성전을 지어 봉헌하였으나 1936년 태풍 때 파괴되었고, 그때 파괴된 성당의 잔해를 사용해 1938년 축소 복원하였다.
이 건물은 2011년 경상남도 문화재 526호로 등록되었고, 남녀석이 구분돼 있는 성전의 내부 구조로 목조 구조는 전국에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오래된 형태로 초기 천주교회 건축 양식을 보여 준다.
순교자탑을 우러러보면 품위 있다.
무질서하게 놓인 사각형 틀은 소금을 형상화한 것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음식 속에 자연스레 묻힌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소금이 녹아서 음식의 맛을 돋보이게 하듯.
성당 내부 모습은 십자가를 통해 빛이 들어온다.
저 빛만으로도 빛이 난다.
'안도 타다오'의 공간을 연상케 하며 아주 작은 부분에서 광명을 얻는 듯한 엄숙함이 복받쳐 온다.
고백소를 스쳐 지나면서 반성한다.
좀 더 잘할게.
좀 더 베풀게.
좀 더 쓸게.
그러니 아프지 않게 건강하길ㆍㆍㆍ
사각틀에 담긴 모습이 어느 계절인 듯 이쁘지 않을까. 금계국이 폈던 한여름도 예뻤다.
신석복 마르코는 밀양에서 농사를 지으며 소금행상을 하며 살았다. 제단이나 성당 내부에 형상화한 조각들이 소금 형상물이다.
저절로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
단조로우면서도 독특한 멋이 있다.
밀양강을 앞에 두고 넓디넓은 정원만큼
넓은 품으로 안아주신다.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바알간 뒷모습이 곱다.
엄숙하고 경건해지는 곳.
돌아서 나오는 길에 수녀님 한 분이 조심스레 문을 닫고 들어가신다.
뒷모습이 아름답다.
한참을 쳐다보며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진실한 마음으로
성심을 다하시는.
미천한 내가 잠시나마 스쳐지날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한 하루다. ㅡ2024년 가을 초입에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