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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공 회재 이언적 선생을 기리는 경주 옥산서원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낙원

by 어린왕자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에 있는 옥산서원은 1572년(선조 5년)에 창건되었다. 당시 경주부윤이었던 이제민은 안강 고을 선비들과 더불어 이언적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독락당 아래 사당을 세웠으며 사액을 요청해 1574년 '옥산'이라는 편액을 하사 받았다고 전해진다.


회재 이언적(1491~1553) 선생은 조선전기 중종 때의 문신이며 학자다. 理를 중시하는 그의 주리적 성리설은 이황에 계승되어 영남학파의 주류를 이루었다. 중종 25년 (1530년) 사간원 사간에 임명되었는데 김안로의 재등용을 반대하다가 관직에서 쫓겨나 귀향 후 재옥산에 독락당을 짓고 학문에 열중하였다고 전한다.


가을 무렵 찾아간 옥산서원길이다. 경주에서 한참 주변부에 있다 보니 이곳을 중심으로 두고 여행하려면 일부러 시간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서원들 중 옥산서원은 제법 많이 독특해서 다녀가도 충분히 괜찮은 여행길이 될 수 있음은 확실하다.

출입문을 지나면 강학당인 무변루가 보인다. 무변루는 유생들이 모임을 갖거나 휴식 공간으로 쓰이던 곳이다. '무변'은 중국의 유학자 주돈이의 글 풍월무변에서 유래한 것으로 건물과 자연의 경계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전한다. 무변루 대청 중앙에 한호의 친필이 새겨져 있다고 하는데 그걸 놓치고 말았다.

무변루 2층은 숙식을 겸할 수 있는 공간이란다. 다락처럼 높게 만들어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대부분 서원의 누각은 뻥 뚫려 있는데 이곳 옥산서원의 누각 무변루는 굳게 닫혀 있다.

무변루


온돌방 양 끝으로 누마루 하나씩을 내어 정면은 7칸이며 측면은 2칸의 구조다.


옥산서원은 독특하게 넓은 계곡을 끼고 있다. 한여름 물놀이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고 겹겹이 쌓아 올린 흙담길이 있어 산책하기도 좋다. 적당히 볼거리 즐길거리 놀거리가 있어 휴식하며 자연을 감상하기에도 물론 최적의 장소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서원으로 꼽는다.


옥산서원은 여름날 즐기기에도 좋지만 이른 가을의 분위기도 압권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계단을 오르면 세상 다 가진 듯 여유로운 정취가 흘러나온다. 이런 곳에 정자를 지은 연유를 알겠다.

옥산서원을 들어가기 위한 출입문 역락문이다. '벗이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논어 구절에서 따 와 지었다 한다.


좁으면서 독특하고 아름다운 이 길을 지나면 독락당이 나온다. 돌담 아래에 잠시 섰다가 휘어진 소나무 한 그루를 무심히 바라보니 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그 위로 그 위로 흙담을 만들어 기와를 얹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최고의 공간이다.



마음을 씻고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구하는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세심대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서 가을의 풍류를 즐기며 나도 깨끗하게 학업에 매진하기 위해 마음을 씻어 본다.

계정


서원 중 최고의 경치를 뽑는다면 단연 독락당 정자 '계정'이다. 독락당은 회재 이언적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돌아와 지은 사랑채다. 옥산정사라고도한다. 독락당 계정 마루에 앉아 계곡의 바람소리를 듣노라면 이보다 더 자연풍광이 아름다운 곳도 없다. 가을 한낮의 바람소리 물소리가 창살 틈 사이로 넘어오다 마루에 앉아 쉬고 있는 나의 머릿결을 스친다. 스르륵 잠이 들 수도 있겠다.

늦여름에서 이른 가을의 옥산서원은 풍류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서원을 충분히 둘러보고


독락당에서 시골길을 100미터 정도 걸어 오르면 정혜사지 터가 나온다. 이곳은 회재 이언적 선생이 독락당을 완성하기 전 2년 동안은 이곳에서 독서를 즐겼다고 전한다. 승려와 교류를 하였으며 독락당을 완성하면서 방 2칸을 더 지어 양진암이라 짓고 정혜사 승려가 거처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정혜사지 13층 석탑은 신라시대 사찰이긴 하지만 창건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이형 석탑으로 보기 드문 13층이고 2층 이상의 체감 비율이 독특하며 1층 벽돌 4면에 감실을 만들었고 기단부 축조도 일반 양식에서 벗어나 독특한 구조로 지어졌다고 전한다.

볼수록 독특하고 아름답다.



서원을 둘러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아 역사를 알아가는 것도 참으로 흥미롭다. 무작정 외우기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배움의 한편에 여행이라는 단어를 끼워 넣고 움직이니 참으로 즐겁지 아니할까.

다음엔 또 어느 서원으로 움직여 볼까 여행 말미에 늘 행복한 고민을 한다.

지금이 가장 걷기 좋은 계절이다.

세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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