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말이산 고분군
함안 말이산은 아라가야 왕과 귀족들의 무덤으로 '왕의 무덤이 있는 산'이란 뜻이다.
그야말로 야외 박물관이다.
이곳에 서서 유월의 제법 시원한 바람을 느꼈다. 햇살은 내리쬐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고 양산을 벗삼아 살살 걸어 본다. 족장이 되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 찍어서 움직이면 된다. 난 왼쪽으로 ~~~
왼쪽으로 오르다 뒤돌아서 찍은 사진이다. 저~~능선을 따라 가려면 얼마를 돌아서 와야 할까. 펼쳐진 능선이 까마득하게 넓다. 크기도 면적도 어마어마하다. 규모 면에서도 경주 대릉원을 압도한다.
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정갈하다. 어느 농부의 정성이 저리 깃들어 있을까. 기계가 탈탈탈 줄 맞춰가며 꽂아주니 한나절도 안 돼 끝마치는 요즘이지만.
그시절 못줄 잡고 어~~~이 하던 구수한 노랫소리는 들을 수 없어도 어릴적 모심기 간 엄마를 따라 이런 언덕에서 새참 때를 기다린 것 같다. 뙤약볕에서 거머리와 함께 씨름하다 나온 엄마 손에 들려진 팥빵 하나. 그걸 얻어 먹으려고. 빵 한조각으로 엄마는 친구와 내게 나눠 주었다. 엄마는 얼마나 허기졌으랴 전혀 생각지 못했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나는 기억에 없는 기억을 친구가 떠올려 준다. 우리 엄마는 자기 엄마보다 좋은 엄마였다고. 자기 엄마는 빵이나 우유를 받으면 모를 심으면서 먹어버리는데 우리 엄마는 자기네보다 잘사는데도 자식한테 먹을 거 챙겨 준다고. 자기한테까지.
우리 엄마가 이겼다. 어디 빵 하나 뿐이었으랴.
저기 꿈틀거리는 게 뭘까. 같이 걸어주는 친구가 봉분 사이를 쳐다본다. 벌레? 근데 크다. 혹시 뱀??
나는 겁이 많다. 특히 뱀은 더 무서워한다. 분명 꿈틀거리는 게 있다. 엄마야 무서워라 얼른 가자.
뛰고 싶었다. 하늘에 있는 엄마를 또 소환했다.
우리 엄마 오늘 계탔다. 잘 지내시죠~~~
말이산 고분군은 돌덧널무덤과 굴식돌방무덤 형식이다.
돌덧널무덤은 구덩이를 판 후 내부에 돌을 넣어 무덤방을 만든 후 독널은 안치한 형태다.
굴식돌방무덤은 판 모양의 돌을 이용해 널을 넣는 방을 만들고 방의 한쪽에 외부로 통하는 출입구를 만든 후 흙을 덮어 씌운 무덤이다 ㅡ [네이버]
길을 만들어 놓지 않은 약간 무서운 길을 달리다시피하고 맞이한 길. 인가와 맞닿은 길은 되도록 피해달라는 안내판을 보고 우린 예의를 지켰다.
박물관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마주친다. 금계국이 아직 한들한들 봉긋한 능선을 더 이쁘게 만들어 준다. 이제는 좀 천천히 여유 있게 걸어도 좋다.
저기 보이는 곳이 젤 높은 곳에 있는 봉분이다. 왼쪽으로 가는 길에서 본 반대편 능선이다. 저길 오르다 내려오는 길에 후다닥 달렸다. 저 능선 주위로 길을 내고 있다. 분명 오르는 길은 있는데 내려오는 길을 찾지 못했다. 벌초를 한 터라 마른 풀이 발이 빠질 정도로 제법 푹신거린다. 근데 정상적인 길이 아니다. 출입금지 라고 푯말도 붙어 있다.
어찌할까. 뛸 수밖에.
진땀을 흘리고 내려오는 길에 마주한 나무 한 그루.
구세주다. 잠시 쉬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정한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길~~
땡양지 속에서 묻어나는 오랜 가야의 숨결을 느끼러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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