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오뉴월이 아니어도 그냥 가끔 가 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발길이 닿는 데로 나선 휴일 아침, 별 다른 약속도 없어서 집에 있는 남자를 데리고 나섰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 주차장 두세 곳이 넘쳐날 정도로 주차할 곳이 없다. 이런! 늦은 시간이 아닌데. 길가 담벼락에 주차를 하고 내리는데 연두색 조끼를 입은 공무원으로 보이는 두 분이 차를 빼고 있다. 시동을 걸고 빠지기를 기다리는데 함흥차사다. 하루 온종일을 시동만 걸고 앉아 있는 것 같다. 어딜 가나 기다림의 연속이다.
평상시에도 노무현 묘역을 참배하러 온 사람들이 생각 외로 너무 많아 놀란다. 특히 기념일이거나 공휴일에는 생각 외로 들르는 사람들이 많아 쓸쓸하게 보이지 않아서 마냥 기분이 좋았다. 봉하마을 입구를 들어서면서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간간이 보이길래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사람들이 다녀가는구나 싶었는데 웬걸, 주차장엔 차들로 이미 빽빽하게 차 있고 도로가에도 차량이 즐비한 걸 보니 휴일이 아니면 찾아오기 힘든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는다.
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는 무더운 여름이다.
옆에 선 사람을 찍지 않으려고 누르다 보니 묘역 사진이 삐딱하다. 오늘은 제대로 된 사진은 찍기 어려울 것 같다. 날은 흐리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밝고 맑다. 종종걸음 걷는 아가들도 있고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강아지도 함께 하는 하루다. 묘역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어느 성인군자의 그것과 닮아 있다. 발길을 살짝 돌려 생태 공원으로 향한다.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그늘을 찾아 앉아 있는 사람들도 제법 있다. 봉하 마을 생태 문화 공원에서 네잎클로버도 찾고 마음껏 날아디니며 춤추는 하얀 나비도 발견했다. 오래 머무르지 않고 어디를 저리 바쁘게 움직일까? 가만히 앉아 있는 나비를 찍을 수가 없다. 자유를 부르짖는 건 살아남은 자의 소망이자 바람이다. 그러나 그 또한 제일 어려운 일이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에 모든 이들이 바람이 발아래 머물러 있다. 이곳 어느 자리 하나 나의 이야기도 있을까. 찾으려면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혹여 없다 하더라도 나의 마음 여기에 더해 얹어 놓고 자주 찾아가는 마음으로 다시 오면 그게 더 좋은 일인 것을. 밟고 선 이 자리가 하여 나의 자리인 것을.
바람에 씻기고 태풍이 휘몰아친다 해도 끄떡 않는 불멸의 모습으로 가장 낮은 곳에서 지키고 있다. 자연스레 노무현이 걸어온 발자취를 다시 생태 공원 앞으로 발길을 돌려 그의 삶을 넌지시 바라본다.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기념관을 이용하기도 한다. 노무현이 걸어온 발자취를 영상과 함께 보면 눈물이 나서 기념관엔 잘 들어가지 않는다. 봉하마을 생태 공원 한편에 그의 발자취를 다시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왔다. 함께 가는 사람이 늘 방명록을 쓰지만 오늘은 내가 한 글 적고 왔다.
사람 사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생태농업단지 앞 논에는 아직 모심기가 끝나지 않았다. 한 달 전의 모습과 닮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늘 푸른 초록으로 바람에 흔들리고 있겠다. 당신의 정원도 아직 푸르다. 잠시 앉았다 쉬어 가는 어느 나그네의 고운 손길로 쓰다듬어 주고 돌아선다. 노무현 생가 앞 작약은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하며 피고 있고 작약꽃 한가운데 우뚝 선 살구나무엔 누렇게 익은 살구가 그득하다. 정성을 들여 가꾼 열매 하나에도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어느새 다음 세대에 자리를 내 준 작약꽃도 혼자 아름답기는 섧운지라 결 고운 고개만 꼿꼿하게 들고 있다. 생가를 돌아 나와 주차장으로 이르는 길에 닿으면 지나치지 못하고 들러는 곳 봉하 장터에서 막걸리 한 병 사 허리춤에 꽂고 돌아선다.
느리게 느리게 닿더라도 사람 사는 행복한 세상을 바라며
#현충일즈음에 #봉하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