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렬하게 전사한 어느 똥파리의 최후
ㅡㅡㅡ일단 제 글을 읽으려고 들르셨다면 더럽고 징그러워도 참고 읽으셔야 합니다. 식사 중이시라면 더더욱 죄송합니다. 저도 똥파리의 주검을 봤다는 것이 더럽고 징그럽습니다. 흐흐흐흐 이상야릇한 웃음의 의미는 아직도 징그럽기 때문입니다. ㅡㅡㅡ
오후 세 시,
수업을 하러 들른 강의실에
날은 덥고 습한데 에어컨이 켜져 있지 않다.
똥파리 한 마리가 제 세상을 만난 듯
유유히 날고 있다. 저걸 잡아야 하는데
아니면 강의실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데
덩치 큰 똥파리 놈이 아이들을 기겁시킬 텐데
일단 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켜 두고 도서 반납 하고 왔다
달달한 커피 한 잔 하려고 나가면서
열어둔 문을 닫으려는데
예의 그 똥파리가 문 뒤에 떡하니 앉아 있다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들고
똥파리, 너 죽었어하며 후들겨팼다.
둔탁한 한 방에 그대로 무너지고 만 녀석
수많은 시간을 버티며 살았을 텐데
한방에 무너지는 모습이 꼴좋다 싶다
강의실 바닥에 툭 떨어진다
휴지를 돌돌 말아 주검을 치우고선
의기양양한 표정의 내가 미더운 듯
장렬하게 전사한 장소에 묻은 피를 닦으러 다가간 순간
나는 또 한 번 기절할 뻔했다
장렬히 죽어간 붉은 피 옆에
스멀스멀 꼬물꼬물 몸부림치는 녀석들
어머? 저게 뭔가
세상에 만상에 어미의 품에 있던 새끼였다
알이 아냐? 알을 낳는 줄 알고 있는데
새끼를 품었어?
맞네, 구더기
적어도 열 마리는 족히 보이는 어린것들이
서로 엉켜 꼬물거리고 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시체 잔해인 줄 안다
저것들이 자라면 안 돼.
유해한 것들은 가차 없이 죽여야 해
징그럽기도 하고 의아한 상황을
아이들에게 굳이
똥파리의 일생이라 보여주고 싶었는데
도서관 안에 있는 아이들이 더워서 나오질 않는다
아깝고 신기하고 끔찍한 장면을 나 혼자 보고 말았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ㆍㆍㆍㆍㆍㆍ 진실로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