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붙이는 게 장땡인 인생도 필요하다

열다섯의 그녀는 우기기는 잘했다

by 어린왕자

지식에서도 밀리고

힘에서도 밀리고

논리에서도 밀리고

말발에서도 밀리고

체격에서도 밀리고

하나도 안 밀리는 게 없었

아~ 하나 있었

우기는 거 하나는

언니한테도 이기고

엄마한테도 이기고

아빠한테도 이긴다, 고

그렇게

꼭 써달라고 했던 열다섯의 그녀


뾰로통하게 튀어나온 입술에

주먹으로 꾹 찔러 넣어 주는 속상한 마음

너는 무엇 때문에 속상하니

나는 네가 속상해해서 속상하다

언니보다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단다

논리에서 밀리지만

우기는 건 잘하고

지식에서도 밀리지만

우기는 건 더 잘하고

그렇다면 힘을 키우면 되겠다

지식을 키우는 힘

논리력을 키우는 힘

말발이야 체격이야

학년이 올라가면 이길 수도 있지만

논리력은, 지식은

지금부터 해도 늦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하자.


이랬던 그녀에게

그녀가 이제 열일곱이 되었다.

말발에서 밀린다던 그녀는 말발로 세상을 이긴다

언니를 이기고 아빠는 이미 이겼고

엄마도 그녀에게 백기를 들었다

말발에서 단연 으뜸이다

조곤조곤 짧게 부드럽게

담백하게 명료하게

책 읽기를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어쭙잖은 약속을 하고 말았단다

그래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며

중2병을 스스로 이기고 말았다

그녀도 으쓱한다

우기기를 잘 했던 그녀가 세상을 이기기를 바란다

나도 그녀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았다.



ㅡ책 읽기가 힘들다고 투정 부렸던 열다섯의 그녀는 이제는 우기기보다 현실에 적응 중이다. 순한 양이 되었다. 그러다 일등 하면 우짜지! ㅡ어린왕자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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