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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의 기록

<사라진 소녀들의 숲>ㅡ허주은

by 어린왕자

고려 후기, 고려가 원의 간섭을 받을 시기 고려는 원의 부마국으로 관제가 격하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고려의 특산품들을 조공품으로 바쳐야만 했다. 해마다 어린 10대 처녀들을 바쳐야 했던 '공녀' 제도도 그랬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국적을 가진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한 허주은 작가가 한국의 제주도가 배경인, 조선 초까지 남아 있던 '공녀'들의 실상을 그린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제주도의 한 마을 숲에서 13명의 소녀들이 사라졌다. 사라진 열세 명의 아이들을 찾기 위해 수사관 민제우가 제주도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민제우가 실종됐다. 실종된 아버지를 찾으러 민환은 제주도로 내려가고 그동안 소원했던 동생 매월과 어색한 재회를 하면서 함께 사건을 파헤쳐가는 '가족애'와 '연대'를 그리고 있다.



13세기 고려의 귀족 가문은 원의 지배층과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원에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은 강제로 보내졌다. 대략 80년 동안 정식으로 바쳐지거나 사적으로 납치되어 끌려간 여인의 수는 2천 명에 달한다고 한다.
불행히도 이 악습은 조선 시대까지 이어졌던 것은, 명이 들어서면서 전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조공을 해야 했다. 이런 조공 문화는 1453년이 되어서야 사라졌다. ㅡp424

이 또한 역사의 아픔이다.


ㅡㅡ나는 2차 세계대전 중 한국 여성들이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팔려 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다른 나라로 팔려 가야 했던 한국 여성들의 존재는 미처 알지 못했다. '공녀'라는 이름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이후로 나는 고려시대 문인 이곡이 원황제에게 공녀 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편지를 통해 이 여성들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이 있었는데 바로 거기서 <사라진 소녀들의 숲>의 핵심 미스터리가 태어났다. ㅡㅡ역사적 배경ㆍp423


끌려가는 여인들 중에도 살기 위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탈출하는 사람도 분명 있다. 여기서 죽으나 저기서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여서. 또한 자식을 보내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숨긴 부모도 있고,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의 딸을 희생시킬 수 밖에 없었던 ㆍ그들의 아픈 삶이 모두 '역사'가 되었다.



"이제 집으로 가야지."


두 자매는 확연히 달랐다.
만약이라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원칙대로 꼼꼼하게 판단한 후에 행동으로 옮기는 언니 민환. 당면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일단 행동부터 하고 보는 매월. 그럼에도 어려울 땐 서로 연대하면서 아버지를 찾았고 사건을 해결하고 난 후에는 그들은 분명 하나가 되었다.


#사라진소녀들의숲#허주은#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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