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을 받아도 더 일하고 싶다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아 다오

by 어린왕자
까멜리아


아이들이 장성했다. 그런데도 큰 녀석은 아직 독립을 못하고 있다. 부모가 서류상 주인으로 되어 있는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같이 살고 있다는 것뿐, 돈도 지가 알아서 벌고 그 돈으로 지 마음대로 쓰고 지 가고 싶은 곳에도 간다. 다만 그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내 눈에 보일 뿐이다. 거슬리는 건 절대 분명코 아니다. 나가라고 떠밀 순 없다. 알아서 할게요, 답이 돌아올 줄 알기에 간섭하는 것 같아 나도 싫다. 그렇다고 그 녀석도 부모를 옭아매는 건 아니다. 이거 달라, 저거 해 달라 일절 없다. 밥을 차려 주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하숙생처럼 부모 집에 붙박여 세 들어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녀석이 방값이라고 돈을 내고 나는 방값이라고 돈을 받는다.


누가 들으면 나쁜 엄마인지도 모를 일이다.


큰 녀석에게 하루는 방값을 조금 줄여줄 테니 그것을 보태 저축을 더 하라 했다. 지금도 괜찮다고, 모자라면 줄여달라고 할 것이라고, 알아서 할게요, 한다. 그 소리에 마음이 더 아팠다. 힘들게 번 돈을 내가 불편 없이 받아도 되나? 저 도우려고 한 말인데 괜한 언성을 높이고 있다. 큰 녀석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놈이라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모두 옳다고 믿는다. 순수하고 순진한 편인데 세상사 찌든 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 혹여라도 진흙탕에 빠지면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다.


어른이어도 항상 어린아이 같다.


우리 부모는 나와 달랐다. 내가 부모 곁을 떠나 독립을 하기 전까지 가난한 살림에도 내게 돈 벌어 오라, 돈은 얼마나 모았니? 한 번도 묻지 않으셨다. 내가 자식들에게 돈 많이 벌어라 다그칠 수 없는 이유다. 나이 반백을 바라보고 있어도 차 조심해라, 밥은 묵고 다녀라, 길 조심해서 건너라 하셨다. 그러고는 내가 돈을 벌어 어디에 쓰든 한마디도 않으셨다. 가난했던 살림에 생활비라도 내라고 독촉을 했을 법도 한데 내 부모는 돈에 관한 한 일절 말이 없으셨다. 그런 부모와 견주어 보면 나는 나쁜 엄마임에는 분명하다. 눈에 보이면 괜스레 한 마디 더 하게 되는. 그러나


애써 나쁜 엄마가 아니라는 것을 숨기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이 부모 품에 있어도 경제적인 독립을 했기에 내가 일을 하고 있어도 덜 힘들다. 저들에게 정기적로 들어가야 할 돈이 없으니 허리 펴고 다닌다. 많은 돈을 버는 건 아니지만 부모도 자식에게 돈 달라 하지 않으니 서로 부담스럽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독서가 영수에 밀린 지 오래고 취학 아동의 수가 확연히 줄어들면서 독서와 학업을 병행하는 비중이 점점 더 사그라들고 있다. 아이들이 없으니 어딜 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나? 독서의 중요성은 알지만ㆍㆍㆍ피아노에 밀리고 태권도에 밀리고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하여 비록 내가 최저시급 정도를 받으며 일을 해도 오래도록 하고 싶다. 그 당당함이 더 오래 70이 넘어서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친구들은 미쳤다, 그 나이까지 일 하려고, 하지만 못 할 게 없지, 한다. 최저시급을 받으면 어떤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하면서 좀 더 오래, 좀 더 길게 움직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살고 그것으로 족하다.


오늘도 일할 수 있어 감사한 날이다. 부디, 아이들아, 독서를 게을리하지 말아 다오.


keyword
이전 05화나는 내 아이들을 보듬을 줄 몰랐고,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