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들을 보듬을 줄 몰랐고, 울었다

내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공통분모

by 어린왕자


일을 한다는 것도 즐거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더 즐거웠다. 매일매일 아이들이 웃으면서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으며 마주 앉아 대화하는 것도 즐거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수업을 하는 시간이 거의 저녁 시간대에 몰려 있어 하루 온종일 바빴다. 내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수업 나가기 전 오후 상황을 체크 하면서 동시에 저녁을 준비해 놓고 나가야 했다. 몸이 힘들었다. 몸이 힘들어도 아직 웃음은 남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술이 부르터고 기운이 없는 날이 많았다. 몸살을 자주 했고 링거를 맞으면서 수업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오전에 링거를 맞으며 일을 하면서도 일을 줄이고 싶진 않았다. 욕심이 지나쳐 내 아이들을 등한시하는 일이 자주 일어났다. 아이들이 불만을 터트렸다. 등교시간에 얼굴을 보면 늦은 밤이 되어서야 마주하니 간섭할 일도 많았고 요구하는 일도 많았다.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 아이들의 마음에 불안이 쌓여갔다.


학원을 보내게 되면서 집에 혼자 있는 무서움이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학원에서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는 아이들이었다. 그저 겉핥기에 시간만 때우고 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시간 이후에도 혼자 있거나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이어도 따로 또 같이 마음을 닫아갔다. 신나게 놀지 않았지만 형제라 외롭지 않을 거라 여긴 것은 나의 큰 실수였다. 엄마인 나는 그들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줄 시간이 아니 들어줄 여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엄마, 일 그만두면 안 돼?"


생활이 빠듯했다. 학원비 조달하기도 힘들었다. 아이들이 컸다고 생각했고 손이 많이 가지 않을 거라 여겼다. 그러나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오히려 엄마가 필요했다, 그저 가만히 옆에만 있어줘도 좋은,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주는 그런 엄마가 돼주어야만 했다. 그러면 되었다.


돈보다 엄마의 마음이 내 아이들에겐 더 중요했다.


그러나 지금 그만두면 다시는 일을 못할 거라 여겼다. 쌓아둔 커리어도 순식간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조금만 참고 알아서 잘해달라, 견뎌라 다그치듯 부탁했다. 울면서 전화하는 내 아이들을 뒤로하고 책을 읽어오지 않아 힘들게 하던 그 아이들을 품에 안았다.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늦지 않았어, 늦을 수도 있어, 지금부터 하면 돼. 부드러운 말로 그 아이들을 다독였다.


그 아이들을 다독이는 시간에 내 아이들은 게임으로 자신들을 다독이고 있었다.


바보같이 나는 내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아니 들여다볼 줄 몰랐다. 내 기대에 맞춰 내 아이들을 결과로 대했다. 괴롭힘이었다. 아파하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어쩌면 알고도 알았으면서도 애써 모른 척했다. 내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을 나 스스로 파고 있었다. 방공호보다 더 깊은 곳으로 나를 밀어 넣고 있었다. 어느 날 그토록 독서를 싫어하는 아이를 만나 그 아이를 달래면서 내 아이들을 떠올렸다. 이렇게 달래면 될 것을 왜 내 아이들에겐 그렇게 대해지 못했나 섬광처럼 후회가 스쳤다.


수업을 마치고 대궐 같은 집을 나오면서 나는 정말로 울고 말았다.


keyword
이전 04화윤동주의 -나무-를 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