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를 맞이하며
나무
ㅡ윤동주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가을 문턱 입추에 문득 윤동주 시인의 이 짧은 시가 생각났어요. 여느 때처럼 바람이 불고 나무가 흔들리는데 바람이 불어야 나무가 춤을 추고 바람이 자야 나무가 잠잠해지는데 왜 시인은 반대로 말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네요.
나무가 춤을 추는 것을 본 후에야 바람이 분다는 걸 시인은 알았겠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시인은 보고 계셨네요. 아름다운 눈을 가진 시인입니다.
연꽃잎 봉우리가 벙긋 웃는 걸 보고 나서야 이 바람이 가을바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연꽃잎 봉우리가 가을바람을 머금고 연못 가장자리에서 방긋 웃고 있어요. 가을을 맞이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향해 톡톡 아름다운 기도를 건넵니다.
저도 시인처럼 생각을 바꾸어 봅니다.
코스모스가 흔들리니 가을바람이 분다는 것을요.
코스모스가 피었으니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요.
가을이 왔습니다. 백일홍 나뭇가지에도 가을이 붉게 앉았습니다. 고운 자태를 늘어뜨리고 고운 향기를 뿜어내고 가을은 조심스레 우리들 곁으로 왔습니다. 가을 문턱에서 지난 1년을 돌아봅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인생의 길목에서 을의 자리에 있는 설움을 달래며 디딤돌 삼아 올라보리라 마음먹었던 때로, 무덥던 여름을 보내고 잠시 가을을 느껴봅니다.
매미 울음소리가 절정을 달합니다.
작가님들도 오늘 하루 여유로운 가을을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