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관찰력이 20프로 부족하다 말하는 아이

'틀'을 경계하다

by 어린왕자


"엄마가 내게 80점을 준 것은 엄마에게 20프로의 관찰력이 부족한 때문이에요."


작은아이가 초등 2학년 때 내게 한 말이다. 저 말을 듣고 난 심히 충격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아이가 했던 어떤 행동에 엄마인 내가 점수를 매겼는데 80점을 받은 것에 당연히 기뻐할 줄 알았던 아이가 나의 관찰력이 모자람을 일깨워주었던 말이다. 완벽을 제 스스로도 바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후한 점수를 받아도 무방했을 어떤 것이었는지도 모르기에 섭섭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나의 관찰력이 모자람을 돌아본 것보다 더 빠르게 손은 벌써 아이의 기막힌 표현을 받아 적어 두었다. 어느 누구한테도 저 표현을 들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저 아이는 천재야! 했다. 20년 전의 일이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고맙게도 아이들 친구들이 많이 몰렸다. 방문수업을 나가는 것보다 다행히 집에서 하는 수업이 많았다. 늦은 저녁엔 고학년이나 중등들의 논술수업을 해야 해서 방문을 나가지만 저녁 무렵까지는 하교하는 아이들을 챙길 수 있어 좋았다. 간식도 챙겨주고 학원도 보내놓고 저녁 준비까지 해놓고 나와도 충분히 괜찮았다. 큰아이는 얌전하고 순진해 별 말이 없었지만 작은 아이는 꽤 활발한 편이라 친구들이 많았다. 친구들 엄마들이 내 아이를 보고 수업을 선택하신 분들도 더러 있었다. 나는 내가 이런 일을 해, 하며 홍보하지 않았다. 그들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었다. 일단 아이들 친구 엄마들은 학교라는 관계에서 맺어졌기에 그들에게 나의 사업으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다. 처음 사귄 엄마들을 내 돈벌이로 행여 모를 우정을 잃고 싶지 않았던 것이 맞는 말이다.


아무래도 내 아이가 끼어 있는 수업이다 보니 내 아이는 조금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유독 질문이 많고 독서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연신 손을 들며 궁금한 것을 물어왔다. 편애하지 않는다고 모든 질문에 답변을 했지만 여러 날을 지나고 보니 다른 아이들을 챙겨봐 주지 못한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려왔다. 그래서 내 아이의 물음보다 다른 아이의 물음에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었고 첨삭도 제일 나중으로 밀렸고 그런 일상이 반복되어 수업을 마친 후 아이는 자신의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내게는 관심이 없어. 재미없어. 그랬다. 서운했나 보다.


내 아이가 처음으로 독서 경시대회를 치렀다. 제법 권위 있는 독서 경시 대회였고 1차는 객관식으로 치르고 2차는 논술 시험으로 독서감상문을 쓰는 것이었다. 한 달 남짓한 기간에 초등 저학년 아이가 필독서 5권을 꼼꼼하게 읽어낸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이며 어려운 일이다. 저 스스로 읽게 놔두면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으니 함께 예상 문제도 풀어보고 의견도 나누는 과정을 여러 번 겪어야 했다. 내 아이는 시험이라든가 점수를 매기는 것들에는 호의적이지 않다. 책을 읽어내는 것은 나름 손이 덜 간다 해도 엄마 나름의 방식으로 확인하고 테스트하는 것엔 적극적이지 않아 참여시키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다.


"내가 엄마 아들이어서 꼭 경시 대회에 나가야 하나요?"

원초적인 질문에 아니라고 내뱉진 못했다. 제법 수상의 안전지대에 들어갈 것이고 그렇다면 홍보 효과도 볼 것이고 다른 선생님들께도 체면치레는 할 것 같아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속물스런 엄마가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경험이 중요한 거야. 네가 얼마나 책을 잘 읽었는지 확인도 받아 보고 또 글쓰기는 얼마나 혼자 힘으로 쓸 수 있는지 능력을 검증해 보자는 취지의 목소리가 크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아직 힘이 없는 내 아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였다. 함께 수업을 받던 아이들도 비슷한 수준이라 같이 참여시킨다는 변명 아래 그렇게 아이를 어두운 동굴 속으로 밀어 넣었다.


20년 전 끄적인 후회

결과는 생각 외로 엉망이었다. 자기는 실수라 하는데 결국엔 그것도 자기의 능력치인 것을 인정해야 했다. 그리하여 그 아이는 한 달 동안을, 아니 이후로도 계속 책 읽기 수업을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괜찮아, 하면서도 아이에 대한 분노와 짜증 섞인 목소리는 비켜나지 않았다. 엄마 체면이 깎였다 생각해 자존감이 무너졌다. 중요한 건 화가 난 건 나뿐이란 것,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데 나만 스스로 작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속 좁게도.


아이를 관찰하고 엄마인 자신을 관찰하는 객관적인 능력은 내게 분명 부족하다.



#독서논술경시대회 #시험은누구나싫지

keyword
이전 02화저 높은 곳을 향해 꽃봉오리로 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