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괜찮은 선생이야, 내게로 오렴!

활기차게 첫발을 내딛는 순간.

by 어린왕자



논술 교사로서 첫 등록 한 날을 잊을 수 없다. 가장 자연스럽고 우아한 몸짓으로 출근을 하였고 못 할 거라 여기지 않았고 앞으로 잘 될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이제 삼십 대 초반의 아줌마가 책 읽어주면서 아이들과 호흡하는 일이 꽤 괜찮아 보였다. 내 아이들이 있기에 더 쉬웠다.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도 그럴싸한 직업임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주저 없이 시작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아이들을 모아야 하나 고민이 몰려왔다. 먼저 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조언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동료 선생님들 중 어떤 분들은 신입인 나를 견제하기도 했다. 같은 아파트에 선생님이 계시니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위로인 듯 걱정인 듯 질투인 듯 그 말들이 기분 좋게 들리진 않았다.


사실 처음엔 같은 아파트 베란다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면서 부러워했다. 나는 언제 저런 플래카드를 내 집 앞에 걸어 보나? 저 선생님 집에 아이들이 들어가면 선생님은 웃으면서 반기겠지? 홍보 방법을 걱정하면서도 이미 아이들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다 상상하니 한편으론 기분이 좋아졌다. 막연한 두려움은 들지 않았다. 쉽게 생각하고 쉽게 판단했다. 그러나


현실은 맨땅에 헤딩하기였다.


대구 수성이나 부산, 서울 등 광역시는 독서논술이 이미 인기가 많아 입소문도 났지만 내가 사는 지방은 독서논술이 어떤 수업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대부분의 학원에서 영어와 수학이 주를 이루었기에 집에서 책 읽게 하면 되지, 하는 학부모를 상대하기엔 인지도가 부족했다. 맨땅에 머리 박고 무작정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다. 모든 것이 낯설게 다가왔다.


천 장을 붙여 전화 한 통이라도 오면 대성공이었다.


상담화법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엔 노련한 선생님과 함께 집을 방문하면서 익혔다. 상담을 한다고 해도 회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독서토론논술의 취지를 설명한 후에도 그냥 집에서 책 읽히면 되는 것인 줄 아는 부모들이 있어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할지 곤욕을 치르는 날도 많았다. 처음이라 서툴렀고 어려웠다.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이려 해도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했고 심지어는 홍보비도 내면서 직접 붙여야 하는 힘듦도 있었다.


아이들이 문 앞에서 "선생님!" 하고 달려오리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어느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나도 수업을 할까 현실적인 생각이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 내 아이들이 어려서 너무 서두르지 말자 했다. 느긋함이 오히려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에 여유를 주는 것 같았다. 쉬운 방법은 내 아이들 포함한 반을 만드는 것이었다. 친한 친구 한 명을 붙였다.


고맙게도 다행스럽게도 둘이서 셋이서 그렇게 나의 꿈 이야기를 함께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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