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짓밟지 마라
초록을 앞세워 가을이 뒹굴고 있다
종묘 앞을 지키고 선 잣나무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관람하러 온
수많은 관광객들이 한 번쯤
눈길 한 번 줄 만도 한데
이리저리 내팽개쳐진
군홧발에 밟힌 모습으로
잣송이는 찌그려져 있다
떨어졌을 땐 아름다웠을 텐데
밟혀 차인 걸까
다가가 바라보는 영광을 누리지만
후두둑 가을 앞에서
잣나무는 움츠린 채
골방으로 밀려났다
꽃도 나무도 화려함으로 치장해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만
나는 정겨운 잣나무 앞에 서서
두리번거리며 지키고 섰다
밟혀 더 찌그러질까 봐
슬쩍 안으로 밀어 넣고
여기, 잣나무 있어요. 해 본다
신로를 걸어 나오다
문득 그도 가을임을 알아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