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보이시나요
엄마 아빠한테 배운 삶의 지혜인가 봐요
부지런해야 굶지 않는다고
손 놀지 말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살아갈 방도가 있다고
당신은 늘 말씀하셨지요
시간 날 때마다
봐주고 물 주고 풀 뽑으면
땅도 안다고
땅도 부지런함을 익히 안다고
엄마, 이제 해 보니 알 것 같아요
놀기 삼아 시작한 일이
놀기 삼아가 아니란 것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무렵
땅에서 솟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음을
쑥쑥 자라날 때마다
당신의 기운을 느껴요
덥다고 밀어둔 부끄러움이
가을이 되면서 부지런함으로 애써 다가오도록
하루가 다르게 배추는 커갑니다
듬성듬성 솎아야 할 아픈 손가락도 있지만
꼿꼿하게 자라주는 생명들이 있기에
아직은 살 만하고 아직은 바라볼 만합니다
이만하면 잘 키우지 않았나요 물어봅니다
아직은 가을 앞에서
당신을 뵐 면목이 있네요
당신의 터전에서 당신의 거름이 내게 준
그 보답으로 살아갑니다
기분은 좋아지고 마음은 바쁘고
아직 가을은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