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때문에 힘든 거야
오래도록 말 한마디 못하고 가슴 태우며
서로를 증오하듯 살아온 날들
큰걸 바라는 건 아니라고 늘
엄마는 말했는데
미안하다, 이 한마디면 된다는데
아버지는 그 한마디를 결국 하지 못했다
한 줌의 재가 되어 흩날리던 날
엄마는 긴 세월
아픈 가슴을 부여안으며
결국 그렇게 몸부림치다 떠나셨다
몹쓸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는 끝까지 엄마의 가슴에 몹쓸 사람이 되어
메꾸어지지 않을 상처로 남았다
몹쓸 사람은 알까
저리도 가슴 미어지도록 부르고 있었다는 걸
놓지 못하고 단단히 붙잡으면서
결코 그 마음을 모르게 하고 싶었음을
엄마의 바람은 한줄기 바람 되어
소슬하게 불어 꽃잎을 흩날리는데
몹쓸 사람은 어느새 한줄기 비 되어
기다리는 가슴에 또 눈물로 내려온다
손끝으로 한번 쓰윽 닦아줄 만한데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자존심이라 하여
깊은 곳에 푸욱 찔러놓고
안으로만 안으로만 꼼지락거린다
몹쓸 사람의 알 수 없는 사랑 표현이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수도 있는
미안했다, 고생했다
그 한마디가 그리 어려웠을까
이제는 나도 알 것 같다
그 한마디 내뱉기가 제일 어려웠을 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