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야와 뽀빠이 별사탕, 그리고 막걸리 인생

풍성한 추억들이 돋는다

by 어린왕자


아버지가 꼽쳐둔 동전을 주시면서
막걸리 한 주전자 받아오라 하신다
엄마에게 화풀이하다 내던져져
찌그러진 주전자를 들고
이런~ 내가 조금만 더 커 봐라
이를 악물고 가기 싫은 술심부름을 한다
니 애비 죽거든
술도가에 묻어라
원망을 풀어헤치고도 모자라
악담을 하시며 엄마는 고래고래
목쉰 소리를 토해낸다
막걸리 한 주전자 받으면서도
어린 나는 20원짜리 자야가 먹고 싶다
뽀빠이 속에 담긴 별사탕이
몇 개나 들었을지 궁금하다
아이야, 뽀빠이 하나 묵고
막걸리는 이것만 가져가라
주인 아지매는 인심 좋은 척한다
또로록 막걸리가 거품을 내며
길바닥으로 흘러간다
버려지고 버려진 막걸리 양만큼
다시 걸어 걸어 되받아오는 길
자야와 뽀빠이는 고소하게 맛있었고
아버지 잔소리는 걸쭉하니 탁해져만 갔다

그러고도 사십 년을 함께 사셨다
결코 긴 세월이 아니건만
술도가 대신 산속 깊은 곳 어딘가에
아무도 모를 무덤을 만들고
찾아오지 마라
남은 가족 잘 살아라
대문 고쳐 놓고 가셨다
지금의 아버지 나이가 된 나는
막걸리보다
자야가 떠오르고
꾸역꾸역 목이 막히게 먹었던
뽀빠이가 기억되고
달달했던 별사탕이 더 가슴을 짓누른다
자야가 먹고 싶어
20원 하던 자야를
막걸리와 바꿔치기하던 걸

아버지는
막걸리에 취해 모르셨을려나


그리하여 이토록 긴 인생길에

자야와 뽀빠이와 별사탕이

걸쭉한 막걸리에 젖어

드러났던 가난한 인생길이 포개지고

풍성한 추억으로 돋아

또 다른 인생길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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