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썩어빠질 놈의 사랑

명절을 맞이하여

by 어린왕자



이제는

내가 부모가 되어 자식을 기다린다

자식으로서 부모를 찾아뵙는 마음보다

부모로서 다가오는 자식을 기다리고 있다

오지 않아도 다행이고

오면 더 다행이고

그러다 시간이 맞으면 데이트도 하는 것이다



나는 자식이랍시고 몇십 년을 찾아뵀다

그러나 정작 내 부모는 찾아뵙지 못했다

그들은 지금도 모를 것이다

내 부모도 자식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만 부모였고

그들만 자식이 있었고

그들만 기다림이 있었다



나는 내 부모에게 죄인 아닌 죄인이다


그럼에도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내 부모는 나를 기다렸을 텐데

부모 마음을 헤아렸으면서도 감히

선뜻 일어나 다가가지 못했다

시댁이란 존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내 부모에게 소홀했을까

왜 다녀오라는 말 한마디 해 주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나는 왜

가야 한다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살았을까



지금은 안다

내 자식들이 당연히 부모를 보러 와야 하는 것이 아님을

오면 반갑고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겨야 한다

나 때는 안 그랬는데가 아니라

나 때는 조금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부모가 되어 보니

나를 기다렸던 부모 마음이 떠올라 눈물이 난다

그러나 부모가 되었지만

자식 마음은 모두 다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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