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으로 반찬을 퍼먹고 있다
하는 일마다, 하는 말마다
엄마와 같은 행동을 하고
엄마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엄마처럼은 아닐 거라고
엄마처럼 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왜?
습관은 보는 눈으로도 기억된다
냉장고 문을 열어젖히면
알 수 없는 것들로 뭉쳐진
검은 봉다리 봉다리 봉다리들
선반 위에 얹힌 그릇에
한 알 한 알 묻어 있는
출처를 알 수 없었던 고춧가루를
좀 깨끗하게 씻으라며 짜증을 부렸다
드른~년, 좀 작작해라~
어기적거리며 돌아서는 뒷모습이
안쓰러움보다 한숨으로 회오리치며
나이 들어 와 저라노~ 했다
내가 지금 엄마의 그 나이가 되어
나는 엄마보다 더 많은 검은 봉다리에
감자를 넣고 단감을 넣고 옥수수를 넣고
뒤적거릴 때마다 엄마 생각을 했다
수제비 국물을 떠 먹다가
숟가락으로 반찬을 펐다
드럽다며 핀잔을 줬는데
아, 내가 그 드러운 짓거리를 하고 있다
어쩌면 빼도 박도 못 할
그렇게나 닮고 싶지 않았던 그 짓거리를
나도 모르게 기억된 몸짓으로
엄마 앞에서 갈팡질팡 몸부림친다
내가 엄마가 되고 보니
엄마가 보이고 엄마가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