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생각나서 돈 주고 샀다

엄마는 단감을 놓고 가셨다

by 어린왕자


엄마가 계셨으면

내 돈 주고 사지도 않았을 단감을

엄마가 생각나서 돈 주고 샀다

감이 익어갈 무렵

보따리에 싼 단감을 살짝

현관문 앞에 놓아두고 가셨다

와서 가져가라 하지 않으셨고

온다 말씀도 안 하셨다

새벽 버스를 타고 몰래 왔다가

현관 앞에 놓으시고 또 몰래 가셨다

그러고는 또 기다리셨겠지

일어날 때를

어미야, 문 앞에 단감 놓아두었다

누가 들고 갈라 얼른 챙겨라

얼마나 오래도록 애태우시며 마음 졸이셨을까

힘듦도 마다하지 않고 오셨다가

또 힘들게 돌아가셨을 엄마

부모는 기다리는 힘듦도 마다하지 않는다

지천으로 널렸던 단감을

내 돈 두고 사 먹은 기억은 별 없다

자고 일어나면 맛볼 수 있었고

넘쳐나 나눠주기 바빴고

온밤 내 단감으로 가을을 보냈다


마트에 들렀다가 한눈에 들어온

붉은 단감이

문득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이상하고도

묘한 감정이 솟구쳐

선뜻 집어 들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또 하나의 추억이다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그리움을

돈 주고 하루 온종일을 그리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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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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