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아픔이 묻힌다

가을 추억

by 어린왕자



가을은

소리 없이 소리 없이 메마른 땅을 적시고

며칠 동안 하루 온종일

촉촉하게 마음을 적십니다

가을비 소리에

문득 바라본 하늘가

운무가 내려앉은 산중턱에도

가을비는 토독토독 흩날립니다

노란 벼들이 알알이 고개 숙여

마실 나온 엄마는 조용히

하늘가에 대고 속삭입니다

가을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엔 사랑하게 하소서

조용히 내딛는 어머니의 발걸음에

오래된 아픔이 그대로 묻힙니다


한때는 살기 위해

저 넓은 들녘이 몸서리쳐지게 아팠지만

이제는 살아본 만큼

너울너울 한 편의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지나는 구름도

흔들리는 바람도

어머니의 무거웠던 지난한 삶도

한 폭의 그림으로 노란 가을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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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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